국가보안법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등장했다. 친북단체에 가입한 한 재미유학생에게 우리법원이 국가보안법 7조(반국가단체에 대한 고무·찬양등)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린데 대해 유엔인권위가 인권규약(유엔 B규약)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엔인권위의 결정이 국내에서 어떤 효력을 갖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인권신장에 관심을 기울여 온 김대중정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요인임에 틀림없다.김대통령은 과거 야당시절 국가보안법에 대해 여러번 문제를 제기한바 있다. 이른바 DJP연대전까지만 해도 국민회의의 입장은 보안법 폐지였고, 실제로 「민주질서보호법」으로의 대체를 주장한 적도 있다. 과거 군사정권들은 정권유지를 위한 무기로, 인권탄압의 수단으로 이법을 악용해 왔고, 김대통령 자신이 이 법의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번에 유엔이 지적한 「고무·찬양」등 일부 조항은 자칫 확대해석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력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북한이라는 예측불가능한 상대와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보안법 개정논의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1948년 12월1일 제정된 이 법이 그동안 국내정치에 악용돼왔던 폐단에도 불구하고 우리체제를 불법전복하려는 불온세력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북한이 기회있을 때마다 미군철수와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남한의 진보적인 여론을 자극하려 하는 것은 그만큼 보안법이 남한침투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 자신이 가혹한 처벌규정을 두고있는 형법으로 반국가사범을 다스리는 한 보안법의 존재를 시비할 자격이 없다.
정치권이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 4가지다. 즉 법폐지, 대체입법, 형법흡수, 개정등이다. 현재와 같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보안법의 일방적 폐지나 대폭 개정은 남쪽의 무장해제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또 최근 햇볕정책등으로 느슨해진 우리사회의 대북 경계심을 더욱 해이하게 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안법 전반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국민회의가 「국가보안법 정책기획단」을 구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냉전시대에 제정된 보안법이 과연 오늘의 상황에도 맞는 것인지 각 조항들을 검토하고, 대체입법이나 형법흡수등 모든 문제를 제한없이 논의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과거 이 법의 폐단은 대부분 자의적인 해석등 악용에 있었던 만큼 당장은 남용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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