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감독원은 23일 기아·아시아자동차와 한보철강의 11조원대 회계조작을 막지 못했던 외부감사 책임자(회계법인)들에 대해 경징계안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렸다가 퇴짜를 맞았다.증감원은 『비록 액수는 크지만 회계법인들이 감사절차에 따라 적절한 감사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청운(한보·기아)·산동(아시아)회계법인을 변호했다. 이에 따라 감사수익금(감사보수)의 일부를 손해배상기금에 적립토록 하고 내년에 감사대상기업 지정시 다소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징계안을 올렸다.
증감원 관계자는 『회계전문가들이 무려 7년에 걸쳐 수조원대의 회계조작이 이뤄지는 동안 전혀 알 수 없었다는게 설득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 감사절차상 회계조작을 밝혀내는 것은 역부족이었으며 상을 줘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감사를 했었다』고 답했다.
증감원은 기아·아시아자동차와 한보철강이 어떤 회사인지를 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아·한보사태는 6·25이후 최대국난인 환란을 몰고온 주범 가운데 하나다. 대형은행들은 회계조작을 까맣게 모르고 기아·한보에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줘 부실은행으로 전락했고 국가신인도가 곤두박칠쳤다. 재무제표만 믿고 투자한 주식투자자들의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회계법인들은 그동안 증감원으로 부터 감사대상기업을 자동지정받아 한 기업당 수억원대의 감사수익을 올리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해왔다. 기아·한보의 회계조작을 막지못했던 것도 이같은 안이한 영업관행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비록 증선위가 증감원의 경징계안을 뒤집고 중징계키로 결정했으나 경징계안을 올린 증감원의 태도는 우려스럽다. 증감원이 회계법인을 싸고도는 것은 감사절차를 허술하게 방치한 자신들의 원죄(原罪)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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