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빅딜의 최대 쟁점이던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가 현대로 낙점됐다.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부조정을 통해 7개 업종의 빅딜방안을 발표한 후 통합방식과 경영주체 선정을 놓고 막판까지 갈등과 마찰을 빚어온 반도체 통합안이 확정된 것이다. 대기업간의 1차빅딜이 일단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경영권을 갖지 못하게 된 LG측의 반발로 후유증이 우려된다. 만약 LG측이 빅딜안을 거부하고, 정부가 여신회수등 금융제재에 착수할 경우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반도체 빅딜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효용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두 회사를 합치면 부실의 덩어리만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고, 빅딜보다는 워크아웃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반론도 강했다. 해외 반도체업체들이 대거 정리돼 과잉공급이 해소되면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현 시점에서 왜 굳이 합병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 반도체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거의 전량을 수출하는 주력상품이라는 점에서 이런 지적들은 설득력이 있다.
반도체의 빅딜은 12·7 합의를 통해 두 회사가 국민들 앞에 한 약속이고,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거래란 양 당사자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뒤탈이 없는 것이다. 한쪽이 그룹의 다른 재산을 팔아서라도 반도체만은 살리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는 상황에서 합병을 강행하는 것은 앞날이 순탄할 수 없는 강제결혼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LG가 반도체를 빼앗긴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한 설사 이번 빅딜이 억지로 봉합된다하더라도 나중에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기아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경영권마저 현대에 넘어가는데 따른 재계의 거부감과 경제력 집중현상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LG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성공적인 결합을 위한 조건들을 다시 한번 충분히 심사숙고할 것을 당부한다. 평가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강요만 할 게 아니라 합병 협의과정에서 LG측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빅딜은 사실 이제부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