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사과정을 지켜보면 한심하다 못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땡땡이 국회」 와중에서도 자신들의 「밥그릇」과 관련된 법안의 처리는 대담하리만큼 약삭빠른 행태를 보인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인지, 이익집단의 방패 역할을 하는 로비스트인지 헷갈릴 때가 허다하다.재정경제위 법안심사소위가 22일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전문직 사업자단체의 복수설립 허용과 회원 강제가입규정 삭제를 골자로 하는 규제개혁법안의 처리를 사실상 「보이콧」한 것만 해도 그렇다. 『전문직의 복수단체 설립이 갑자기 허용될 경우 부실단체 난립 등이 우려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옹」하는 꼴이다.
사실 전문직 사업자단체는 그동안 폐쇄적 독점구조 속에서 숱한 특권을 누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경사 사건」 처럼 비리에 연루됐던 단체도 적지않다. 또 일부 단체의 경우 수천만원의 강제 입회비를 받아 이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3개 법안의 취지는 이같은 고질병을 과감히 도려내어,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데 있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도 컸다.
그런데 한나라당 N의원처럼 관련단체 출신이거나, 그들의 로비에 넘어간 의원들이 입법권을 무기로 덜컥 제동을 걸어버렸다. 자연 정부의 사업자단체 규제개혁 계획은 초장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3개법안의 처리과정을 예의주시해온 나머지 단체들이 「형평성」을 내세워 관련법안의 처리에 불복할 것이 뻔하다. 재경위는 더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전체회의에서 소위의 결정을 번복해야 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145개 사업자단체의 규제개혁법안은 사리(私利)나 당리당략에 따라 다룰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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