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 달리 쌀비중 높고 시장개방 대책도 불충분/성급한 관세화땐 큰 타격일본은 최근 장기간의 검토와 논의 끝에 쌀을 관세화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루과이라운드(UR)농산물협상에서 쌀을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에서 제외시켜 일정한 쿼터량만 수입해 왔다. 그런데 일본이 쌀을 관세화함으로써 우리나라는 국내 쌀시장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우군을 잃은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왜 일본이 쌀시장을 개방할 수 밖에 없었으며, 우리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최근 4년간의 연속 풍작과 시장접근물량의 수입(98년 60만톤)으로 쌀 재고가 누증되고 과잉재고의 관리와 처리문제가 농정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쌀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논면적의 35%(96만㏊)를 보조금을 지급하며 휴경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일본은 쌀 수입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관세화를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쿼터량의 수입은 일정수준에서 묶고 쿼터량을 벗어나는 쌀 수입에 대해서는 아주 높은 관세(관세상당치)를 부과하면 현재 상태보다는 쌀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또한 일본이 쌀을 관세화할 수 있는 배경으로 UR이후 일본이 추진해온 농정개혁과 보완대책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최근 쌀농가소득의 안정을 위한 「도작경영안정대책」을 추진중에 있다. 이와함께 일본의 농가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여 관세화 이후 최악의 경우에도 농가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므로 일본정부가 어렵지 않게 관세화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
그러나 관세화 조치의 선택은 한편으로 매우 위험스러운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기 세계무역기구(WTO)농산물협상에서는 높은 관세의 대폭적인 감축이 핵심쟁점으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이 제시하고 있는 쌀의 초기 관세수준(1,000% 상당)에 대해서도 교역상대국과 힘겨운 협상을 해야 하며 생각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관세화 이후에는 세계시장의 가격이나 환율변동에 의해 쌀 수입이 급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우선 한국은 여러 가지면에서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93년, 94년 생산부진으로 재고가 위험수준 이하로 감소한 바 있으며 올들어 10월 현재 재고가 107만톤으로 거의 적정 수준이나, 앞으로의 기상이변까지 감안한다면 매년 수입되는 쌀을 국내에서 소화할 여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외소득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쌀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로서 매우 높아 쌀시장의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쌀 시장개방에 대한 보완대책도 일본에 비하여 충분치 못한 형편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2004년에 가서 쌀관세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므로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현재와 같이 시장접근물량의 적절한 확대를 통해 쌀을 수입하는 방식을 견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관세화 이후 관세가 대폭적으로 낮춰질 수 있으며 국내시장이 크게 교란될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관세화를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쌀은 국민의 주식이자 기초식량에 해당되고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품목이므로 외부적으로는 최대한 쌀수입의 완전자유화를 순연시키고 내부적으로는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국제경쟁력을 제고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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