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귀순자들이 관계기관의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북한정권의 폭압통치를 피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이들이 남한에서 조차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21일밤 MBC가 보도한 탈북 귀순자들의 증언은 관계기관의 가혹행위를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 주장의 진위여부를 가려 만약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을 엄중처벌해야 한다.
지난 96년 천신만고 끝에 북을 탈출하여 서울에 도착한 홍모씨는 막상 자신을 맞은 것은 조사기관의 무차별적인 구타였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수사관이 귀순동기등을 조사하면서 「가족을 버리고 온 인간쓰레기」라며 2시간동안 매질을 했다고 증언했다. 홍씨는 목욕탕 때밀이까지 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아 1년후 어머니와 두 동생을 탈출시켰는데, 가족들의 탈북과정을 조사받는 과정에서도 또 고초를 당했다고 말했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판에 네가 뭔데 가족을 데려오느냐』고 매질을 당한후에야 기관원과 함께 공항으로 가족을 마중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떻게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비단 홍씨뿐 아니라 여러명의 귀순자들이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귀순자의 90% 이상이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귀순한지 3∼4년이 지난 지금 강압수사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 몽둥이 세례를 막으려다 맞아서 휘어진 손가락을 보여준 사람도 있다.
관계당국은 탈북자들에 대해 대공용의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규칙에 따른 제재를 가한 적은 있지만 가혹행위는 결코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에게는 그 반박이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과거 박종철군 조사책임자의 변명같이 들리지나 않을까.
이른바 「총풍(銃風)」 피고인들도 안기부 조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해서 검찰이 그 진상을 조사중에 있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뼈를 깎는 자정노력 없이는 아무리 기관이름을 바꿔본들 도로아미타불이다.
새로 태어나는 자세로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노력만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탈북자들에 대한 가혹행위시비가 인권선진국을 지향하는 정부의 다짐을 더욱 공허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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