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이 세계금융대란을 증폭시켰다」.마피아 등 국제범죄조직이 주무르는 검은 돈의 막강한 영향력과 암약상을 소상하게 파헤친 책이 프랑스에서 발간됐다. 파리2대학 부설 현대범죄연구소 고문 마리크리스틴 뒤퓌가 저술한 「금융범죄」는 특히 검은 돈에 의해 개발도상권 경제가 농락당하는 실태를 적나라에게 폭로해 쇼킹하다.
저자는 마약, 무기밀매 등 지하세계에서 모아진 종자돈이 제도권에 재투자되고 세탁되면서 부(富)가 늘어나는 과정을 정밀 추적하면서 『검은 돈의 이같은 유동성이 경제 사회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해와 올해에 걸쳐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두 진앙지를 예로 들었다. 『태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공통적으로 검은 돈이 군림해 온 지역이다. 태국은 마약거래와 창녀조직에서 투자된 자금이 연간 정부예산(1,500억달러)을 웃도는 규모이며, 러시아는 경제활동의 40%와 금융기관의 절반가량이 마피아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검은 돈이 즐겨찾는 「블랙홀」은 신흥개도국이다. 경제의 활성이 높은 반면 감시의 허점이 많고 관련법령이 확립되지 않아 수익·안전성이 동시에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것. 선진국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국제범죄조직의 전문가들에게 이런 나라는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다. 금융기관 등 자금을 갈구하는 수요처에서 해외의 검은 돈을 황제대우하며 받아들이고 버젓한 「명함」까지 만들어 준다고 한다. 검은 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몇곱의 수익을 올린 뒤 휘발유처럼 사라지거나 든든한 곳을 찾아 장기 안착한다고 한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97년 중 전세계에서 1,130억달러에 달하는 돈이 원인없이 공식자금 순환표에서 사라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책에 한국대목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외환위기에 검은 돈이 조금이라도 일조를 한 것은 아닌지. 또 이후 외자유치 등 혼란기를 틈타 검은 돈이 쏟아져 들어와 어느 구석에서 암약하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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