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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총풍의 법정진술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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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총풍의 법정진술들(社說)

입력
1998.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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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세풍(稅風)사건과 총풍(銃風)사건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주말 열린 공판에서 관련 피고인들은 각각 주목할 만한 진술을 했다. 하나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국세청모금 인지여부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대선 당시 현정부의 대북 거래 여부에 관한 것이다.먼저 세풍사건 공판에서 임채주 전 국세청장은 지난해 12월초 이회창 총재로 부터 격려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 총풍사건의 장석중 피고인은 대선직전 국민회의측이 북한에 10억달러의 투자지원 조건으로 북풍자제를 제의했다는 말을 북한대외경제위 간부 이철운으로 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건은 그동안 한쪽의 의혹과 주장에 대해 다른 쪽의 부인과 반박이 반복돼 왔는데, 반드시 실체와 진실이 규명돼야 할 중대사건이다. 또한 사건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이 첨예했던 만큼 온국민이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법정진술들을 주목하게 된다.

임 전청장이 이총재로 부터 받은 전화내용은 『수고한다. 계속 열심히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이총재는 국세청의 모금활동을 알고 독려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검찰은 어떤 형태로든 이총재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총재측은 그런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야당 총재에 대한 직접수사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겠지만, 그렇다고 법정에서 나온 이런 진술을 당사자의 부인만으로 덮어버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장석중 피고인의 진술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진술내용에는 현정부 고위인사들은 물론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정상회담 메시지까지 포함돼 있다. 장 피고인은 이회창 총재측을 위해 판문점총격요청 사건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인데, 진술내용대로라면 그는 당시 정적의 편에서도 일을 했으며, 지난 대선이 도덕성의 총체적 마비상태에서 치러졌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대북 10억달러 지원」 부분은 국민회의측이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으나, 만약 사실이라면 햇볕정책을 비롯, 모든 것을 일거에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진술이다.

두 사건은 새정부 출범이래 최대의 정치적 사건이다. 사건이 중대할수록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진실규명이라는 점을 우리는 누차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냉정하고도 엄정한 사법절차의 존중이다. 얽히고 설킨 혼란과 의혹을 정리하려면 진실의 힘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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