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돈 통일’ 세상이 바뀐다/새해벽두 달러맞설 11國 단일화폐 탄생/경제·사고·행동양식 일대전환 대실험내년 1월1일부터 유럽 주요 11개국의 화폐가 유러(EURO)로 통합되는 역사상 미증유의 대실험이 펼쳐진다.
『유러는 세상을 뿌리째 변화시킬 것이다. 또한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멘탈리티(정신)를 요구한다』 유러동맹의 일원인 벨기에의 장자크 재무장관은 유러가 일으킬 파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러는 이날부터 11개국의 공식 통화단위로 도입되어 현찰 거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사용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통화신용정책 및 대외환율을 결정하고 각국은 이를 집행할 뿐이다. 「유럽합중국」의 마지막 단계인 경제통합이 실현되는 것이다.
정부발행 채권의 액면 표시를 비롯해 정부기관의 모든 장부는 유러로 표기된다. 은행간 거래 및 주식매매 등 금융자본의 이동·평가에 있어 유러 결제와 표시가 의무화한다. 또 개인과 기업은 물건 및 서비스를 수표 또는 신용카드를 이용해 유러로 결제할 수 있고, 기업회계와 상품가격도 유러로 표시할 수 있다.
유러는 이같은 과도기를 거쳐 2002년 1월부터 실물(화폐 및 동전)이 시중에 유통, 각국의 기존 화폐와 함께 사용되다 같은 해 7월부터는 11개국 전체의 유일한 화폐가 된다. 이때 각국의 고유 화폐는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유러는 구멍 가게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 주체와 금융 제조 서비스 등 전 경제분야에 걸쳐 사고와 행동 패턴의 광범위한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올 것이다.
역내 국민들이 내년부터 당장 생활 주변에서 접하게 될 변화는 유러전용 수표의 등장이다. 11개국 권역내 어디서든 유러전용수표로도 물건 값을 지불할 수 있어 환차손을 보지 않아도 된다. 또 유러표시 통장과 은행 계정을 가질 수 있고 공과금 납부와 세금 신고도 유러로 할 수 있다. 유러로 가격이 표시된 동일한 제품을 나라별로 비교해 가장 싼 것을 살 수 있다.
유러 태풍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몰아칠 분야는 금융 서비스 부문. 은행 증권 주식 등 금융 부문은 내년부터 곧바로 모든 거래에 유러사용이 의무화하기 때문에 회계와 지불결제 등 업무 일체가 유러를 기준으로 전환된다.
특히 역내 모든 은행들은 해외송금 등을 위해 타깃(Target)으로 명명된 유러 온라인 전산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이같은 금융기관의 동일시스템 덕분에 역내 해외 송·수금과 무역대금 결제 등의 소요시간이 거의 하루 이내로 단축된다.
유러는 기업 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다. 유럽의 기업들 간에는 전면적인 경쟁과 먹고 먹히는 매수 합병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시장이 거대한 규모로 통합되고 유러라는 단일 척도에 의해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질의 비교가 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의 시대인 것이다.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투자와 기술개발, 구조조정, 경영혁신 등에 사활을 걸 것이다. 그 결과 유러동맹권내 경제전반에 역동성과 탄력이 붙는 효과가 올 것이다.
한마디로 유러동맹의 경제는 미국식 자본주의로 변모,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르네상스를 맞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개선되며 가격은 국가·지역간 차이가 하향·수렴되는 풍요와 번영의 시대가 찾아 온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권역내 상품 가격이 평균 20%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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