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는 참 많이 열렸다. 국회개회수(13회)나 회기일수(309일) 등은 역대 최장이었다. 그러나 본회의 개회일은 50여일에 불과했듯 실속은 없었다. 파행운영이 많았기 때문이다. 파행의 부작용은 국회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모적인」 국회출석으로 상당한 업무공백이 빚어진 정부부처는 논외로 치자. 최근에는 법안처리 지연으로 40억달러이상의 외자도입이 지연되고 있다.우선 중소기업 지원 등에 쓰일 일본수출입은행의 차관. 차관도입 동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바람에 실무협의가 끝난 23억5,000만달러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금 7억달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18일 ADB와 실무협의를 마쳤으나 「주택저당권담보 채권발행 금융기관 설립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자금은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매입, 예금보험공사의 금융기관 증자지원 및 예금 대지급에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공정거래법개정안 등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세계은행(IBRD)으로부터 이달중에 들여오기로 했던 10억달러는 도입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지게 됐다. 이들 차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순방외교 등 정부가 상당한 품을 들여 확보한 것들이다. 국회 파행으로 어렵사리 마련된 외자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외여건이 조금씩 호전돼 차관도입이 1∼2개월 늦어지는 것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차관도입 조건들이 일종의 국제적인 약속이어서 처리가 지연될수록 대외신인도 회복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일 국회에 살다시피 한 경제부처 한 당국자의 말이다. 국회가 외자를 유치하지는 못할 망정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