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한빛은행장으로 김진만(金振晩) 한미은행장이 19일 정식추천됨에 따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행장선임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구체적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청와대경제라인이 보여준 태도는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 「자율로 가는 진통」 정도로 넘기기엔 너무도 무책임하고 무원칙한 것이어서 두고두고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무엇보다 정부는 한빛은행의 지배주주였다. 엄밀히 말하면 은행주인은 5조5,000억원의 혈세를 제공한 국민이고, 정부는 국민의 재산관리를 위탁받은 대리인이었다. 만약 한빛은행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소중한 국민세금이 증발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합병은행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행장을 뽑지 못한 것은 확실히 정부의 직무유기다. 정치권과 양 은행이 행장선임과정을 「흙탕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대주주인 정부의 침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가 『정치·지역논리와 은행 이기주의 때문에 행장선임이 늦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주주로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국민재산보호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주주권 정립」은 구조조정의 일관된 화두였다. 감자와 퇴출로 은행소액주주들의 재산이 휴지조각이 되었을 때에도, 재벌오너에게 막대한 사재출연과 증자를 요구했을 때에도 정부는 「권리에 상응하는 주주의 손실분담」을 얘기했었다. 그런 정부가 주주로서 스스로의 권리를 잠재웠다는 것은 「나는 바담풍, 너는 바람풍」 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주주권과 관치는 다른 것이다. 「관치」 비난을 두려워해 주주권리를 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비겁하다. 경영의 자율은 주되, 그 공과는 철저히 묻는 주주상을 정부 스스로 정립하지 않는 한, 또 얼마나 많은 국민재산이 낭비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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