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르자 증권감독원은 16일 증권사들에 대해 무기한으로 불건전거래 집중단속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매매회전율이 높고 약정고가 급증한 증권지점 등이 단속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단속을 나갈 것 같았던 증권감독원의 태도는 느긋하다. 증감원 관계자는 18일 『주가가 워낙 떨어진데다 딴 일도 밀려있고 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미리 알리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언제 나간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보도자료까지 돌리며 만천하에 공개할 때와는 딴판이다. 「목표」를 달성했는데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가 역력했다.「묻지마 투자」라는 말까지 나왔던 최근 장세가 과열이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필요하고도 당연한 「시장현상」이다. 하지만 시장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감독당국은 중립적이고 세련된 자세를 지켜야 한다는게 증시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증감원은 막 가라앉으려는 배에 돌덩이를 얹은 셈』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현물시장만 존재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이 존재한다. 이들은 주가 자체가 아니라 지수의 방향을 사고 판다. 투자자보호를 명분으로 한 감독당국의 행동으로 인해 시장의 방향이나 반응속도가 변화하면 뜻하지 않는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18일에도 증권사 객장은 여전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개미군단들로 붐볐다.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 절박한 사연들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긴 한숨소리만이 여기저기서 들릴 뿐 손해를 봤다고 이전처럼 소란을 피우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결과는 자기책임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이렇게 변했는데 감독당국은 고함 한마디로 남들이 우왕좌왕하는 꼴을 즐기는 옛날옛적 「늑대 소년」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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