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살아있어 총리와 풀어갈것” 黨 거론 말라 경고/JP도 뼈있는 공세/향후 흐름 안개속…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8일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에서 내각제문제에 대해 의미있는 두 마디를 던졌다. 하나는 『약속은 살아있다』는 확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강조였다. 그리고 『김종필(金鍾泌) 총리와 무릎을 맞대고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는 마무리 발언이 있었다.
김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후 정치권은 그 행간(行間)을 읽느라 골몰했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내각제 약속에 비중을 두었는지, 내각제 논의 유보에 무게중심을 실었는 지에 정치권의 시선은 비상했다. 강조점을 뒤쪽에 두는 김대통령의 어법을 감안하면, 내각제 논의유보가 핵심적인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다. 김대통령이 『국회와 청문회 등 할 일이 많다』『쓸데없는 간극을 만들지말고 국민을 걱정케하지 말자』는 당부를 부연한데서도 이런 메시지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김총리와 문제를 풀겠다』는 언급에는 국민회의건 자민련이건 당직자들의 수준에서 더이상 내각제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달라는 경고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대통령은 지금을 국정에 우선해야할 시기로 판단하고 있으며 일각의 내각제 공론화 시도를 걱정스럽게 보고있다』고 말했다. 조세형(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은 아예 『내년 후반기에 내각제 논의를 하자』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국민회의나 청와대의 의중대로 내각제문제가 수면 아래로 잠복할 지는 미지수다. 김대통령의 연설후 곧바로 김총리가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신의』 『과거 정권의 불행은 순리를 어기고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라는 「뼈있는」 말을 한데서도 내각제 문제의 난해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물론 자민련은 김대통령의 발언에 곧바로 반발하지는 않고있다. 하지만 자민련은 내각제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JP의 우회적 어법처럼 정치적 신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내각제 공론화를 시도할 태세다. 때문에 19일 개회되는 임시국회에서 각종 개혁법안의 처리가 이루어지고 이어 경제청문회가 매듭되고나면 내각제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공동여당내에서 한번 걸러질 전망이다.
특히 내각제 문제는 정계개편과도 미묘하게 얽혀있어 어느 방향으로 풀려갈 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한나라당 내부의 심상치않은 기류, 여권 핵심부에서 흘러나오는 정계 대개편론, 정치권내 내각제 세력의 연대가능성 등은 내각제 공론화 문제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뭐든지 조급하면 낭패를 본다』면서 『모든 상황을 고려한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겨울정국의 수면 아래서 어떤 모색이 있을 지, 더욱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내각제와 정계개편의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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