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무관 인기科 선호/별도 교육과정도 없어/쉽게 대학가는 수단化/특기자 과외까지 성행대입 특기자 전형이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대학이 지원자의 학과·계열 선택 폭을 지나치게 넓히는 바람에 특기나 소질과 상관없이 무조건 인기학과 위주의 전공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문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며 중도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특기자전형 확대를 노린 특기 전문과외까지 등장, 부유층 자녀들을 상대로 성업중이다.
K대의 경우 올해 특기자전형 응시자의 지원가능 학과를 계열전체로 확대, 글짓기 경시대회 등에 입상한 어문학특기자 상당수가 법대나 경영대 등 문과계열의 소위 인기학과에 몰리고 있다. 최근 영문소설을 집필한 경력을 갖춘 어문학 특기자가 법대 행정학과에 합격했고 시조백일장 입상자가 영문학과에 등록했다. 지난해 바둑특기자로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한 학생은 『바둑만 열심히 두면 되는줄 알았는데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관련 강좌도 전혀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 특기자선발 심의위원인 서모교수는 『최근 회의에서 무원칙한 특기자 선발과 교육방식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며 『재능을 살리는 게 아니라 망치는 교육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또 다른 K대의 경우 최근 국제화추진 인력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영어특기자 93명중 영어학부에 15명이 합격한 반면 한의·치의·의예과 등에 무려 10명이 합격했다. 이들 중 일부 외국출신 학생은 한국어에 서툴러 자퇴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어 회화에 능한 학생을 특기자로 분류하는 것도 문제지만 영어와 무관한 전공·학과에 입학을 허용하는 것도 무원칙한 입시정책』이라며 『특기자전형이 학생의 소질을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의 벽을 넘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Y대의 경우 99학년도 논술특기자 가운데 의예(1명) 법학(2명) 생활과학부(3명) 등에 6명이 등록했다. 또 문학특기자가 간호학과에, 발명특기자가 치의예과, 외국어특기자가 의예과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 대학 법대의 한 교수는 『체육·어학특기자 등 법학과 관련성이 희박한 특기자가 매년 법학과에 입학해 법학사로 졸업한다』며 『이는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기자전형이 확대되면서 강남일대 일부 학원들은 아예 대표적인 특기분야인 문학·논술 특기자전형반을 만들어 고액과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학원들은 각 대학 백일장 입상자나 소장문필가 등을 영입, 입상요령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문학특기자전형을 통해 국문학과에 진학한 충남 K대 국문학과 최모(19)양은 『좋은 대학에 가려면 수능공부보다 글짓기 연습을 하는 게 쉽고 빠르다는 게 상식』이라며 『강남일대에는 시창작 과외 등 백일장대비(특기자전형 대비) 고액과외까지 성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최윤필·이태규·유병률 기자>최윤필·이태규·유병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