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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투기조짐을 경계한다/嚴吉靑 경기대 교수(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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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투기조짐을 경계한다/嚴吉靑 경기대 교수(한국시론)

입력
1998.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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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거래량 폭주/단기자금 많아 위험성 높아/일시이탈 따른 충격 대비를주식시장에는 거래는 적지만 주가가 높은 시장이 있고, 거래는 많지만 주가는 낮은 시장이 있다. 전자의 시장일수록 거래비용이 적고 장기투자자가 많은 반면, 후자의 시장에서는 거래비용이 많이 들고 단기투자자가 많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금 서울 주식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거래량 속에 과거에 비해 낮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엄청난 거래비용을 수반하고 있고, 단기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자본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고 나서 나타나는 두 가지 현상중의 하나와도 일치한다.

자본시장을 해외에 개방한 뒤 미국 뉴욕은 장기자본이 주로 움직이는 투자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런던과 홍콩 등은 단기 투기시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은 런던과 홍콩의 전철을 밟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즉 국제적인 단기 투기성자금들이 모여들어 서울 주식시장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재 서울 주식시장은 국가신용등급으로 보더라도 장기 투자자금이 유입되기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다. 런던과 홍콩처럼 전형적인 투기자금이나 단기성 투자자금이 주류를 이룬다면 투자여건의 악화로 한꺼번에 자금들이 이탈할 때의 충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당국도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고 좋아하지 말고 시장의 역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불안정도 높아진다는 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몇 가지 통계로 현재의 지나친 단기회전 매매의 위험을 분석해보자. 일반적으로 주식의 회전매매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상장주식 회전율과 시가총액회전율을 사용한다.

현재와 주가수준이 비슷했던 88년과 92년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각각 154%와 133%였다. 88년은 상승장세였고, 92년은 침체장세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때보다 더 심각한 공황장세인 올해의 상장주식회전율은 10월까지만해도 186%를 기록했고, 가공할 거래가 수반된 11월과 12월이 포함되면 2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외국인에게 개방된 92∼97년의 평균인 138%와 비교하여도 엄청난 회전율이다.

시가총액회전율을 보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88년의 시가총액회전율은 139%였고, 92년에는 121%였다. 그리고 개방이후 평균인 92∼97년은 136%였다.

그러나 올들어 10월까지의 시가총액회전율은 이미 156%를 넘었고, 여기에 11월과 12월이 포함되면 200%는 간단히 넘을 수 있다고 본다.

이쯤되면 누가 보아도 단기투기시장의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높은 단기회전율을 유지해와 많은 일반투자가의 피해를 가져왔고, 이로인한 사회적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풍부한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문제를 삼는 것은 유동성 차원이 아니라 초유동성, 투기성 차원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증권당국은 이쯤에서 서울 주식시장이 단기투기성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 유의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라고 본다.

증권회사들도 당장 위탁수수료가 들어온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과거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이런 시장의 특성을 보일 때는 대개 수수료 인하경쟁이 벌어지게 되어 있고, 결국은 수수료 자유화로 가게 되는 길목임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런 시장에선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해도 대개는 수수료로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바람직한 주식시장은 거래가 많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그런 시장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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