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당을 다잡고 나선 요즘에도 한나라당 주변에서 돌아가는 일을 보면 참으로 딱한 생각이 든다. 16일 벌어졌던 예산안 표결 취소요구서 제출 사건만 해도 그랬다.한나라당 의원국은 이날 국회의장 앞으로 난데없이 「99년도 예산안 본회의 표결결과 하자에 따른 정정 및 취소요구서」를 제출했다. 내용인 즉 『10일 본회의에 상정된 99년도 예산안 처리 당시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152명, 찬성 148명, 반대 1명, 기권 3명」이라고 표결결과를 발표했으나 현장 비디오와 사진감식 결과 표결당시 여당의원 3명이 자리에 없었다. 따라서 재적의원은 149명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돼 예산안 처리는 무효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의원국 관계자들은 서류를 의사국에 접수한 뒤 접수시간과 접수번호까지 적힌 관련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요구서는 물론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박희태(朴熺太) 총무 명의로 돼 있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박총무는 요구서 접수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기자들로부터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박총무는 노발대발하며 즉시 요구서 철회를 지시했고, 결국 예산안 취소 요구는 불과 1시간만에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아랫사람들이 일을 저지르고 있던 당시 한나라당 총무단은 원내전략을 둘러싸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천용택(千容宅)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이 처리될 때까지의 본회의 봉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육탄저지조를 짜자』는 박총무의 「제안」에 『우리에게 그럴만한 실력(實力)이 있는가』 『남는 것 없이 괜히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회의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17일의 본회의 실력저지를 두고 『한나라당이 저런 힘도 있네』라고 여러사람이 「감탄」한 것은 이처럼 아래 위 없이 흔들리는 행태에 대한 자괴감의 다른 표현이다. 당지도부와 소속의원, 당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진지한 고민은 뒤로한채 목소리만 높이는게 요즘 한나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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