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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建軍운동 시급하다/박진열 사회부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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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建軍운동 시급하다/박진열 사회부장(광화문)

입력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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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군 고위간부는 사석에서 인천 일부지역 주민들을 대낮에 공포로 몰아넣었던 공군 방공포부대의 나이키미사일 오발사고의 원인을 설명하면서 「시스템 결함」임을 강조했다. 사고가 난 나이키미사일은 배치된지 오래됐고 성능이 뒤져 1995년까지 새로운 대체 방공망을 확보한 뒤 폐기하기로 했던 무기였다고 밝혔다.그러나 새로운 대공방어무기 선정이 지연돼 온터에 지난해 IMF까지 터져 그대로 운용해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이키미사일은 평소 점검과정에서도 8기중 5기 비율로 발사시스템 회로에 문제가 발견돼 부대 지휘관들은 늘 가슴을 졸였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우리 군 전반의 시스템을 걱정하는 심경도 은연중에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우리 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도 대부분이 유사한 「시스템 이상(異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어 매우 걱정스럽다. 시스템의 문제는 금방 발견하기 어려울뿐더러 해결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사건·사고의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봐도 크게 틀릴 것이 없다.

최근 해군이 서해안에 침투하려던 괴선박을 놓친데 이어 공군방공포부대에서 어처구니 없는 나이키미사일 오발사고가 나 인천일부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어 해병대의 조명탄 오발사고로 경기 고양시 주민 1명이 부상했으며 육군 전방부대에서는 사병이 내무반에서 불발탄을 갖고 장난하다 사병 3명이 숨졌다. 우리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고들이다. 이어 터진 우리병사의 판문점내 북한군과의 내통사건과 김훈(金勳·25) 중위 사망사건 등은 우리 군의 기강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일련의 군대내 사건·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예비역사병은 「지휘관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그저 쉬쉬하는 풍토가 결국 이 지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장교와 하사관과의 문제, 장교와 병장과의 문제… 명령체계를 따라야 하는 군대에서 말입니다」라고 PC통신에 띄웠다.

군입대를 앞둔 한 네티즌은 「입대해 나라를 지킨다는 자랑스런 생각보다 군에서 의문사를 당하지 않을 까 두려운 생각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남자라면 누구나 군에 가야 하는 의무병제이다. 군대내 사망사건이 명백하게 가려지지 않으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는가」고 우려했다. 또 잇딴 군 사고는 기강해이가 문제가 아니라 군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원인을 분석한 네티즌도 있다.

이밖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질책이 두려워 응급대응으로 일관하는 군 전체의 보고관행이 작은 구멍을 키워 전체를 무너뜨리는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군이 더 개방되고 민주화해야 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고 있다.

마침 정부는 제2의 건국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과 사회단체 일각의 시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제2건국운동은 바로 우리의 오랜 잘못된 사회전반의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조하자는 운동이다. 60년대초이후 40년 가까이 개발일변도 정책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그릇된 관행이 뿌리깊어져 더 이상 이 시스템으로는 국가를 순항시킬 수 없게 됐다는 판단이다. 불공정 경쟁, 부정부패, 재벌위주 경제정책, 도덕불감증 등 갖가지 고질적인 관행이 결국 IMF를 불러왔다는 깊은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건군 50주년을 맞은 우리 군도 체질을 개혁할 때가 됐다. 사람으로 치면 전 기관에 탈이 날 때가 왔다고 볼 수 있다. 군은 이번 기회에 철저한 자가진단을 거쳐 시스템 전부를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제2의 건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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