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洲 협력기구’ 조심스런 타진/“민간주도로 域內 경제문제 논의”/美말聯 의식 “정부 참관만” 절충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6일 「동아시아 경제협력 비전그룹」구성을 제안한 것은 앞으로 동아시아에 지역협력체가 발족할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정상회의에 한·중·일 동북아 3국 정상의 초청을 정례화할 계획이어서 동북아와 동남아가 합친 동아시아의 광범위한 협력기구가 설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역내국가들이 함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동아시아」의 개념은 경제호황기의 「아시아태평양」개념보다 훨씬 더 부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유럽연합(EU), 북미자유투자협정(NAFTA), 미주기구(OAS) 등 각 지역협력기구가 역내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는 데 비해, 아시아에는 협력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데 대해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반면 미국 등 태평양지역 국가는 동아시아에 배타적인 공동체가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며, 역내 현안을 아태경제협력체(APEC) 범주에서 다룰 것을 주장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제안은 일단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전 그룹」제안은 각국의 기업인·학자 등 민간주도로 구성되고 정부대표는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내용이어서 김대통령의 조심스런 태도가 읽혀진다. 또 이 구상이 자칫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가 주창해온 동아시아 경제협의체(EAEC)와 동일선상에서 받아들여질 지 모른다는 고려가 깔려 있다. 김대통령은 ASEAN이 추진중인 단일시장화 방안과 관련해서도 개별국가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당장의 실익을 감안, 미국과의 관계를 존중하면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움직임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해도 김대통령은 이날 제안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협력체 결성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통령이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북한의 참여를 강력히 희망하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다자간 대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하노이=유승우 기자>하노이=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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