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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작은 변화에 담아내는 능숙하고 안정된 멋(디자이너와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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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작은 변화에 담아내는 능숙하고 안정된 멋(디자이너와 옷)

입력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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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구호」의 디자이너 정구호(36)씨는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다.97년말 옷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1년을 겨우 넘겼을 뿐인데 패션쇼에 다섯 번이나 참가했다. 그의 옷을 좋아하는 고객은 하나밖에 없는 청담동매장을 알음알음으로 찾아온다.

무엇보다 그의 옷은 능숙하고 안정돼 있다. 스커트와 재킷 바지등 기본아이템은 얼핏 보면 트렌드도 좇지 않고 실험도 적으니 재미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말을 아끼는 대신 생각이 많은 그의 성격처럼 옷에는 사려깊은 눈에야 들어올 작은 변화가 담겨있다.

그가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재단. 종이에 그려진 원형을 오리고 붙이는 작업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떠난 뉴욕의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그래픽을 전공했던 그가 그래픽디자이너 식당주인등을 거쳐 97년 귀국, 뒤늦게 옷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그래픽의 평면보다 옷의 입체가 더 좋기 때문이었다. 그는 『재단은 평면을 입체로 만드는 마술이다』고 말한다. 재킷을 정석대로 앞, 뒤판 따로 재단해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한 장으로 처리하거나 스커트의 다트를 한가운데 크게 하나 넣어주기도 한다. 이런 실험은 눈에 드러나지 않아도 착용감으로 전달된다.

그가 짧은 기간에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옷에 대한 생각을 오래전부터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래픽을 공부하는 동안 틈틈히 같은 학교의 패션수업을 들었다. 에둘러 옷을 시작했지만 조급하지도 않다.

오히려 한눈을 많이 파는 편이다. 최근 영화 「정사」의 미술감독과 현대무용가 안성수씨 공연에서 무대미술을 맡았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고 다른 장르에서 길러진 감각이 옷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1월 텐셀을 소재로 한 쇼에서 선보인 재킷과 롱스커트. 재킷의 여밈을 옆으로 가져간 것이 특징이다. 안에서 겹쳐진 속자락은 복대처럼 허리를 한바퀴 감으면서 배를 조여주는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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