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민족을 자처하는 우리가 귀중한 역사 유물을 마구 훼손하고 방치해온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유물은 2,000∼3,00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선사시대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무덤인 고인돌군(群)이다. 조상 섬기기를 신처럼 하는 민족으로서 이 보다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이집트나 중동 또는 남미대륙 여러 나라들의 한심한 유적 보전실태를 비판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 지를 반성해볼 일이다.■우리나라는 고인돌 천국이다. 학자들은 어림잡아 남한에 2만5,000기, 북한에 1만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7만∼8만기 정도로 추정된다니 40% 정도가 이 땅에 있는 셈이다. 우리 고인돌은 유려한 외모와 거대한 규모도 빼어났고, 과학성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평양 근교에서 별자리가 3∼4개씩 새겨진 고인돌 뚜껑돌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때도 천문학을 가졌던 과학민족이라는 증거다.
■이런 귀중한 유물 4만여기가 최근 40여년간에 사라졌다. 댐이 생겨 물속으로 사라지고, 도로나 공단 건설로 훼손되거나 자취도 없어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 인가의 울타리 안에 갇히거나 밭 둔덕에 방치돼 고인돌인지 모르는 것들도 많다. 귀중한 역사유물을 이렇게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때늦은 각성으로 고창과 화순의 고인돌군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운동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은 큰 다행이다.
■더욱 다행한 것은 국내 학자들이 주동이 되어 지난 주 서울에서 세계 거석문화협회가 결성된 일이다. 한양대 유인학(柳寅鶴) 교수 등의 노력으로 세계 20여국과 관련단체 대표 27명, 국내 학자 20여명이 모여 결성한 협회는 우리나라가 고인돌 천국이고 협회 창설을 주도한 점을 높이 사 2000년에 한국에서 세계 거석문화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한국주도의 첫 문화운동이 문화선진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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