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연구팀이 배아(胚芽)단계의 인간복제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인간복제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난자세포의 핵(n)을 제거하고 체세포의 핵(2n)을 삽입, 세포분열을 유도해 4세포기 배아단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를 자궁에 이식해 인간을 복제하는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로 중단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법적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같다.97년 2월 영국에서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한 후 인간복제의 가능성은 항상 제기돼 왔다. 각국 정부와 교황청등은 인간복제가 신의 창조영역을 침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유네스코 회원국들이 복제오용에 대비해 유전공학 윤리규약을 만들 것을 촉구할 만큼 인간복제의 가능성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인간과 원숭이합성」 「간, 뼈, 혈액등 필요한 조직의 선택배양」 「인간세포를 가진 돼지」 「인간과 소 세포의 결합」 「쥐복제」등 복제양 돌리탄생 후 생명공학이 이룩한 업적은 두려움을 느낄 정도다. 이것은 인간복제를 향한 연구가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희대 연구팀의 실험성공은 이것이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 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생명공학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잘 활용하면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식량부족이나 장기이식등을 통해 질병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로 범죄등에 악용될 경우 그 결과는 상상을 불허한다. 복제양 돌리가 탄생했을 때 과학자들은 복제인간 후보로 아인슈타인을 점찍는등 강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히틀러를 복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경희대 연구팀의 실험성공은 국내 복제기술도 인간복제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 실험은 윤리적문제로 최종단계에서 중단됐지만, 인간복제에 대한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국 과학자 리처드 시드박사 같은 사람은 인간복제를 공언하고 있어 실험지침 및 윤리규약 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유전자조작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나 강제수단이 없다. 경희대 연구팀의 실험성공은 이같은 지침만으로는 인간복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정계 의학계 종교계등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효율적인 생명복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도 주문생산 시대가 되고,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이 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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