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일전 뉴욕의 최고 번화가 타임스 스퀘어에서 시위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내용이다. 주로 아랍계인 이들은 인근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 「시즈」가 또다시 회교도를 테러분자로 그리고 있는 데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아랍인=테러리스트」는 할리우드가 즐겨온 도식이다.반면 영화에 나오는 이스라엘은 항상 「좋은 편」이다.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인 모사드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을 도와 국제테러조직을 말살하는 맹활약을 펼친다. 또 유대인은 모두 똑똑하다. 위기의 순간마다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휘해 지구나 인류를 구한다. 그리고 항상 역사의 피해자이다. 굳이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들지 않더라도 독일 나치정권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도 살아 남은 그들에게 다른 민족은 죄책감마저 품게 된다.
그 이유는 잘 알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한 인재와 자본을 독점한 유대인들이 뿜어내는 영상의 마력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굳어진 문화적 「편견」은 아랍인의 경우처럼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할리우드 영상에 나타난 우리의 모습도 부정적이기는 매 한가지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가게문을 여는 「돈벌레」, 짧은 영어에 손님에게 불손한 상점주인 등이 정형화한 한국인의 이미지다. 우리나라에서 명칭 때문에 문제가 됐던 「터키탕」은 영화나 TV드라마에서 아예 「코리안 마사지」로 불려지고 있는 현실이다. 케이블TV에서는 오랫동안 이미지를 왜곡시켜 온 대표적 코미디물 「매쉬」가 연속 방영된다. 그 폐해는 심각하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신상옥씨를 선정, 2001년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21세기를 여는 첫 해에 현대예술의 발상지인 이 곳에서 한국영화제를 갖는 의미는 크다. 더구나 신감독은 분단된 남과 북 양쪽에서 활동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이 미술관은 신감독이 북한에서 만든 영화들도 상영할 계획이다. 남북화합의 새 모습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독한 「편견」들도 깨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