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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1998년/이진희 국제부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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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1998년/이진희 국제부차장(앞과 뒤)

입력
1998.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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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끝없이 흘러간다. 『만약 이렇게 했더라면…』하는 후회와 회한은 남을지언정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건이라면 거꾸로 되짚어보는 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98년엔 어떤 사건이 역사를 바꿨을까.우선 3월.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영원한 2인자」인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를 전격 해임했다. 2000년 대선에 전념시킨다는 이유를 달았지만 사실은 「권력누수의 차단」이라는 속셈이 짙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최악의 경제위기에 권력투쟁까지 겹쳐 옐친은 많은 권력을 의회에 넘겨주었다. 몸은 허물어졌고 측근도 하나 둘씩 떠났다. 만약 체르노미르딘을 자르지 않았다면? 충직한 그를 믿고 마음편히 요양에 전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후계문제도 순조로울테고.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5월은 피플파워(민중혁명)의 달. 인도네시아의 성난 군중들은 32년간 집권해 온 수하르토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냈다. 기폭제는 그 달 12일 자카르타 트리삭티대학에서 시위학생 6명을 죽음으로 몬 진압군의 무차별 발포. 피를 본 시민들은 흥분했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로부터 꼭 열흘만에 수하르토는 물러났다. 진압군이 교내 시위학생을 향해 총을 쏘지 않았다면? 수하르토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쫓기는 독재자는 무리수를 두는 법이고 무리수는 비참한 말로를 재촉하기 마련이다.

9월11일. 미 공화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파헤친 스타보고서의 인터넷 공개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포르노 보고서」라는 악평만 나돌았을 뿐 클린턴 지지도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다잡은 대어를 놓쳤다는 탄식이 공화당측에서 나올 만했다.

스타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캄캄한 스캔들의 수렁 속에서 클린턴은 허우적대고 민주당의 좌절감은 짙어져 중간선거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지금쯤 클린턴은 닉슨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진 사임을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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