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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뭔가 작심했나/“심려끼쳐서 죄송” 자세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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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뭔가 작심했나/“심려끼쳐서 죄송” 자세 낮추기

입력
1998.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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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말고 함께 고민” 공개구원/“죽이겠다면 죽겠다” 對與 강경/벼랑끝 위기 달라진 행보 주목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뭔가 작심한듯 하다.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그는 전에 볼 수 없던 언행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그는 14일 의원총회에서 『내 아우의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지도부 지침이나 원내 대책이 완전치 못했던 데 대해 사과한다』며 잔뜩 자세를 낮췄다. 원칙과 소신에 집착, 사과와 시인에 인색한 것으로 비쳐졌던 평소 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발언이었다. 이총재는 또 그동안 애써 입에 올리지 않았던 비주류에 대해서도 『당이 살기 위해서는 뒤에서 손가락질하고 냉소하기 보다 함께 지적하고 고민하자』며 공개적으로 도움을 구했다.

그는 15일 『정부·여당이 원내 의석을 앞세워 자의적이고 멋대로 국정을 운영해선 안된다는 것을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통해 상기시키겠다』며 대여(對與) 강경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눈에 띈다. 『동생이 구속된 지금 더이상 잃을 것이 없어 오히려 홀가분하다. 잡아넣겠다면 감옥에 갈 것이고 죽이겠다면 죽겠다. 무슨 낯으로 혼자 살아남겠는가』라는 의총에서의 솔직한 심경고백이 그것. 대여 투쟁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의원들의 등을 떼미는 식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를 던질테니 따라달라』는 정서적 호소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숙연한 분위기속에 이총재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 초선의원은 『이총재는 진작에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었어야 했다』며 『이총재가 당안팎의 곤경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의원들의 일체감을 조성해 당을 하나로 묶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총재의 이같은 「변화」는 제반 상황의 절박성을 반영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자신에 대한 여권의 파상적 압박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음을 그 역시 체감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이날 교원정년의 현상유지를 결정하는등 주요 정책에 정치적 고려로 접근하는 한계도 보여줬다. 벼랑끝에 서서 마침내 변신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이총재. 그의 「낮은 행보」가 그를 위기에서 구출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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