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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의 서글픈 폭력혐의/이태규 기자(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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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의 서글픈 폭력혐의/이태규 기자(등대)

입력
1998.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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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고물노점상을 하는 허천식(許千植·47)씨는 지팡이에 의지해야하는 5급 장애인. 그런 그가 14일 서울 동대문 경찰서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지팡이를 휘둘러 버스유리창을 깬 혐의다.허씨는 전날 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추운 버스장류장에 서있다가 여러차례 버스를 놓쳤다. 기다리던 좌석버스가 오자 열심히 뛰었으나 버스는 다른 손님만을 태운뒤 휑하니 달아났다. 한참뒤 정류장 5∼6m 뒤에 정차한 두번째 버스 역시 허씨의 애탄 손을 외면한채 출발해 버렸다.

다시 세번째 버스. 그러나 버스는 정류장에서 또 10m나 떨어져 멈춰 섰다. 지팡이에 의지한 허씨의 걸음걸이로는 무려 1분이나 걸리는 거리. 엉금엉금 걸으며 손짓했지만 버스는 이번에도 기다려줄 낌새가 아니었다. 이마저도 놓칠수 없다는 생각에 허씨는 다급하게 지팡이를 쳐들어 흔들었다. 그러나 이게 화근이었다. 버스를 세우는데는 성공했지만 지팡이 끝이 버스를 건드리는 바람에 유리창 2장이 깨지고 말았다. 경찰에 연행된 허씨는 『버스를 세우려던 것이었다』며 「어두운 밤의 실수」임을 설명했지만 버스운전사나 경찰 모두 『홧김에 저지른 고의적 행위』로 단정지었다. 허씨는 『평소에 착한사람이니 구속하지 않겠다』는 경찰의 「선처」도 반갑지 않았다. 『장애인의 말을 누군들 쉽게 믿겠습니까』 허씨는 범인으로 몰린 억울함보다도 장애인이어서 받았던 이날 밤의 부당한 대우에 더욱 상처받은 표정이었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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