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여권이 돌아가는 상황을 찬찬히 뜯어 보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결국 별로 되는 일도 없는 데 말만 무성하다는 얘기다. 크고 작은 정치적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여권내에서는 『이번엔 밀리지 않고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강경발언이 주조를 이룬다. 갖가지 해법과 처방도 쏟아진다. 그러나 실제로 속시원히 매듭지어진 일은 거의 없다.경제청문회를 내년으로 넘긴 일만 해도 그렇다. 야당과의 협상이 처음부터 삐걱거리자 여권에선 당장 『특위구성이든, 국정조사계획서 처리든 여당 단독으로 강행하겠다』는 으름장이 터져 나왔다. 짐짓 강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의 협상카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강경함이 갖는 비현실성은 청문회의 「자발적」연기로 금세 밑천이 드러났다.
정기국회의 남은 현안인 각종 개혁입법 처리 및 국회법 개정 등에 있어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폐회일을 불과 나흘 앞둔 14일에도 여권, 특히 국민회의측은 여전히 『여당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며 예의 비현실적 「강경론」을 외치고 있다. 여권이 야당을 긴장시키거나 여론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부수 효과를 노리는 데 만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교원정년 단축을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문제에 있어서는 한술 더 뜬다.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고사하고 국민회의내 교육위원들에 대한 집안단속에도 실패, 분란이 생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자 『상임위원을 모두 교체해서라도 통과시키겠다』며 「자기편」을 향해 엄포를 놓아야 하는 실정이 됐다. 물론 야당의 「발목잡기」를 탓하는 여권의 주장에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여권이 떠안을 수 밖에 없고 그런 점에선 특히 집권당의 지도력이나 대야(對野) 협상력을 문제삼는 것은 당연하다. 정국을 풀어가는 대안없는 힘의 논리는 오만이거나 무능 둘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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