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다시 투쟁과 대립의 정치파행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동생 이회성씨의 구속이 파행을 촉발했다. 이씨의 구속으로 세풍사건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소용돌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같다. 회기를 불과 나흘 남긴 정기국회의 기능마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이후 정국 역시 앞길을 내다볼 수 없다.이로 인해 치러야 할 국민적 대가는 크기 만하다. 이번 회기중 처리해야 할 경제 민생 개혁법안은 무려 577건이나 되는데, 모두 표류하게 된다. 이중에는 경제위기 탈출에 필요한 규제개혁관련 법안도 170여건이나 된다. 야당이 저지투쟁을 선언한 한일 어업협정 비준안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어업현실에 혼란을 초래하고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은 이회성씨 구속이 야당파괴 저의를 가진 여권의 「정치기획」이라고 주장한다. 김훈 중위 사망과 판문점의 북한병사 접촉 파문을 반전시키기 위한 여권의 고의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당총재 동생인 이씨가 총재의 대선자금과 연결될 수도 있는 세풍사건으로 구속된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심정적 논리적 이유가 없지는 않다. 이씨의 구속이 예산안처리 직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대목은 야당의 의심을 살 빌미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여당을 향한 정치투쟁이 경제와 민생에 타격을 주는 국회 보이콧의 형태가 되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예산안이나 중요법안이 때로는 야당의 원내전략으로 이용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안 나름이다. 징세권을 이용해 선거자금을 모금한 세풍사건의 성격을 감안할 때 야당의 이에 대한 선택은 신중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당파적이고 무책임하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종료직후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한다지만 이런 행태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여당의 행동도 성숙하지 못하다. 야당의 천용택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이 설령 정치공세라고 하더라도 안건을 다룰 본회의에 불참해 버리는 태도로는 야당의 무책임을 탓할 자격이 없다. 천장관 거취문제는 판문점사건의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국민적 토론과 검증을 요하는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마음에 안드는 안건은 토론부터 회피, 묵살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민생의 희생도 마다않는 방식으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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