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못한다고 관심없어서야”/가정 어려운 학생 위주 선정공부를 못해야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생겼다.
이 희한한 장학금의 설립자는 「한국급만성질환연구소」의 임교환(林交煥·44) 소장. 임소장은 「꼴찌 장학금」의 첫 수혜자로 14일 서울시내 중·고교에서 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 10명을 최종 선정했다. 이 학생들은 성탄절 전날인 24일 위로행사와 함께 학기당 50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받게 된다.
임소장이 「꼴찌 장학금」을 만든 이유는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아무런 사랑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놓이더라도 주변에 수많은 도움이 기다리지만 「꼴찌」에게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연구소측의 판단이다.
그러나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꼴찌 장학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편부나 편모 슬하의 어려운 형편이면서 매스컴 등을 통해 소개되지 않았던, 그야말로 철저히 소외된 학생들만이 장학금 수혜 대상자가 된다. 사회·복지단체의 도움을 받는 불우청소년과 국가의 보조를 받는 소년·소녀가장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소장은 누구나 납득할만한 자격을 갖춘 진짜 장학생들을 골라내기 위해 복지법인 한국복지재단과 함께 한달이상 치밀한 선정작업을 거쳤다.
이날 첫 수혜자로 결정돼 장학금을 받게되는 청소년들은 나름대로 「꼴찌의 이유」를 갖고 있다. 소아마비인 어머니가 취로사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 집안 일을 도맡아야 하는 이모(15·S중2년)군, 간경화로 입원한 아버지 간병을 위해 자주 학교를 빠져야 하는 김모(13·D중1년)양,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중국음식점 배달일을 하며 학교를 다니는 정모(16·D고2년)군 등이 바로 「이유있는 꼴찌들」이다. 대상자로 한번 선정된 이들 장학생에게는 고교 졸업때까지 지속적으로 장학금이 지급된다.
『지방대 출신으로 약학박사학위 취득과 약국개업, 연구소 설립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보이지않는 「학벌」의 벽을 느껴왔다』고 꼴찌 장학금 설립동기의 일단을 내비친 임소장은 『IMF체제로 대표되는 국가파탄과 사회의 도덕적 위기를 초래한 집단이 결국 1등 지상주의와 배타의식에 사로잡힌 엘리트계층』이라고 지적했다.
임소장은 『성적이 곧 인간성 자체로 평가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라며 『일련번호로 매겨지는 학교성적과 일류대학의 졸업장만이 인간을 평가하는 잣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장학금을 통해 청소년들과 사회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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