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아시아의 불황/러시아·중남미의 외환위기/일본과 미국의 성장둔화/선진국간 정책적 공동보조에 지구촌의 내일이 달려있다99년의 세계 경제를 향해 짙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선진국간 정책협조, 아시아 각국의 위기극복 노력 등 최근의 일부 긍정적인 조짐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갈수록 침체국면에 접근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위기를 흡수하는 스폰지 역할을 해왔던 미국 경제마저 불안해지면서 전세계에는 동시불황의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사태 악화, 남미 국가들의 외환위기 재연, 중국 위안화 절하 가능성, 아시아 국가들의 불황 지속, 일본의 경기부양 실패 등이 맞물려 금융위기의 세계 전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 불안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조기졸업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상당기간 마이너스 성장의 나락에 빠져들게 된다.
조지 소로스 미국 퀀텀펀드 회장은 최근 발매된 뉴스위크 회견에서 『세계 경제가 내년에 침체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으며, 2000년에도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F도 최근들어 기존의 입장을 전면 수정, 내년부터 전세계가 경기침체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이클 무사 IMF 수석 경제분석관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침체상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세계적 경기침체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1%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세계경제에 대한 분석이 어느때보다 뜨겁다. 내년 세계경제의 향방에 국내 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97년 4.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세계경제가 아시아 통화위기의 여파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올해 성장률은 1.9%, 내년 상반기에는 1.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은 최근 전경련에서 열린 세계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타국으로 전염되면 세계 대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별로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계기로 아시아에서 출발한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LTCM 등 미국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위기가 미국에까지 파급되고 있으며 기업업적 악화, 소비선행지수 하락, 부동산 침체 등 불안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그동안 회복세를 보여온 중남미 경제가 지난 80년대와 같은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남미 경제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경제가 과도한 재정적자와 외채상환 부담으로 중남미 전체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이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국제경제팀장은 『중남미 경제가 붕괴될 경우 모든 산업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는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고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저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경제 역시 상당기간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경제는 정책실패, 금융시스템 불안, 아시아 경제위기 지속 등으로 장기간 경기후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IMF는 일본 경제성장률을 98년 -2.5%, 99년 0.5%로, OECD는 각각 -2.6%, 0.2%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급격한 엔고로 지금까지 일본경기를 이끌어왔던 수출의 감소가 예상되며 자칫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경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도 성장감속으로 인한 실업자 증가, 아시아위기로 인한 수출둔화, 금융시스템 불안 등으로 디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다. 러시아는 전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유럽은 세계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완화, 경기자극, 수입확대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우리나라의 수출확대에도 차질이 발생, 경제회생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세계적 신용경색 확산으로 외자유입 환경도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
1999년. 세계 경제는 기로에 서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은 『내년 세계 경제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전세계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선진국의 정책적 공동보조 여부가 큰 관건이다. 미국 경제의 둔화조짐과 좌파정권이 지배할 유럽경제, 구조조정에 휩쓸린 일본 경제를 감안하면 세계 실물경제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선진국의 공조가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각국의 정책 선택, 국제금융기관들의 투자행동, 다국적 기업들의 전략 등이 모두 우리경제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라며 『세계 조류를 정확하게 읽고서 이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99년도 세계경제 이슈
▷유럽통화동맹(EMU)출범·범경제적 초국가 탄생◁
내년 1월1일부터 본격적인 EMU시대가 출범하고 이지역 단일통화 유러화가 도입된다. 유러화는 달러화와 함께 양대 가축통화 시대를 열 전망이다.
▷새로운 국제통화질서의 태동여부◁
새로운 국제금융기구(Post IMF PostWTO)의 출범 여부,달러화유로화아시아 단일통화간의 3극 통화체제 형성 여부 등이 관심사이다.
▷개도국 경제회복을 위한 협의◁
최근 개도국의 산업기반 붕괴가 심각하고 선진국 경기가 침체기미를 보이자 개도국의 민간외채에 대한 탕감논의가 시작됐다. IMF의 기존 기능을 확대해 통화위기시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하는 긴급융자제도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통화기금(AMF) 등 지역기금의 창설,다국간투자보증기관(MIGA)의 설립 등도 관심의 대상.
▷제3의 길과 세계 경제변화◁
미국식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거나 새로운 공존공영의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이뤄질 것인가.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본의 규제여부,세계 세력판도에서 노동당 등 중도좌파의 득세여부가 관건이다.
▷신다자간 라운드 관련 국제협상◁
환경(GR) 기술(TR) 경쟁(CR) 노동(BR)등 4라운드와 다자간투자협정(MAI),국제부패방지협정,인터넷라운드 등이 활발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엔의 향방◁
해외자금 운용에서 실패한 미국 헤지펀드들이 달러매도,엔매입으로 엔채무를 상환하려고 하면서 최근의 엔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엔환율은 미일 양국의 무역수지,금리격차,미국의 정치적 판단등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선진국간의 정책협조◁
금리인하와 재정지출을 둘러싼 선진국간 정책협조는 난항을 겪고 있으나 국제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방안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 G7에서 개도국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IMF신융자제도 도입,헤지펀드의 정보공시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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