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특별검사제도는 78년에 생겼다. 정부윤리법 제정에 따라 새로 도입된 제도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경험했던 미국은 대통령 부통령 연방판사 장관 등 49개 고위관리직을 대상으로 이들의 비리나 권력남용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를 선임해 독립적으로 이를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90년대초 폐기됐다가 94년 의회 결의를 통해 한시적으로 부활됐으며, 연장여부를 새로 결정토록 하고 있다. 특별검사는 무소불위의 권한과 재정 등의 무제한적 지원으로 「또하나의 법무부」로 불려 왔다.■탄생 당시의 법정신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특검제는 폐지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의회의 특별검사제 연구위원회는 내년으로 시효가 만료되는 이 제도를 영구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았다. 위원회의 이같은 결론은 지난 3년간 특검제에 대한 초당적인 연구 검토의 결과로, 제도의 현실적용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결함이란 다름아닌 무제한의 권한이 빚는 또다른 권력남용과 당파적 이해에 의한 공정성의 상실이라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꼽히는 것이 마이크 에스피 전 농무장관의 독직비리를 맡았던 도널드 스말츠 특별검사와, 클린턴 대통령의 화이트워터 사건 및 르윈스키 스캔들을 수사했던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다. 4년동안 1,700만 달러가 들어간 에스피 전 장관 사건의 경우 지난 2일 연방대배심의 면소(免訴)판결로 완패를 당했으며, 스타검사도 3,300만 달러를 쓰며 발버둥을 쳤지만 클린턴 탄핵은 엊그제 하원 법사위 통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에스피 전 장관 사건의 면소판결이 특별검사법의 관(棺)에 「마지막 못질」을 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별검사 개인의 정치적 야망과 명성을 위해 국민여론과는 동떨어진 당파적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미국의 특검제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될 지 자못 흥미롭다. 그래도 야당시절 특검제 도입을 침이 마르도록 주장하다가 집권과 함께 안면을 바꾼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양반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