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비교적 순탄했던 세계경제가 지난해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 전망기관의 예측에 의하면 지난해 3.2%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세계경제는 금년에는 2.0% 내외로 급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다행히 9월말 이후 미국이 세차례 금리인하를 단행, 세계경제의 불안감이 다소 나마 가시고 있다. 1929년과 달리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는 위기에 따른 비용부담을 인접국가로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경제가 안정세를 찾는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 제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해지펀드를 포함한 국제투기자본도 효과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체제전환국의 부채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는 여전히 불안하다.
따라서 앞으로 세계경제의 모습은 현재 모색중인 세계경제 안정화 방안의 도출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특히 지난해 이후 개도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달러고를 시정할 수 있는 신플라자 합의나 미국등 선진국들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그리고 개도국들의 부채탕감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미래는 세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세계경제의 불안한 국면이 당분간 지속돼 세계경제성장률이 1.5∼2.5%, 세계교역증가율이 4∼7%대에 이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각국간의 협조가 깨져 제2의 대공황 국면으로 빠지거나, 역으로 협조체제가 잘 이루어져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상황으로 되돌아 가는 시나리오이다.
이같은 세계경제 전망속에서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가 IMF 체제에 접어들어 시간이 갈수록 대외환경에 의존하는 체질도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대외환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70%에 이른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 이런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보기에는 불안요인이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가야할 방향은 뚜렷하다. 무엇보다 어떠한 대외환경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환보유고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여 원화의 통화가치 방어능력을 의심받지 말아야 하며 구조조정도 조기에 매듭지어 품질, 디자인과 같은 가격이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국가든 기업이든 간에 생존의 핵심역량을 규모나 범위의 경제보다는 위기관리능력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국가나 기업차원에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나 전문인력을 확보해 나가야 하며 제도적으로 위험을 체계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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