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가 인간과 닮은 線蟲서 질병·노화연구 전기마련/인간 게놈규명 단축가능총 2만개의 유전자중 40%가 인간의 유전자와 닮은 매우 작은 기생충인 선충(線蟲·Caenorhabditis Elegans)의 유전자 구조가 완전히 해독돼 인간의 질병·노화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미 언론들이 11일 일제히 보도했다.
선충은 비록 길이가 1㎜에 불과하나 동물의 유전자 구조가 완전히 해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국립인간게놈연구소 연구원 로버트 호비츠 박사는 『인간의 달 착륙보다 더 획기적인 과학적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해롤드 버무스 미국립의학연구소장은 『생물학 역사에 새로운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로버트 워터스턴 박사와 영국 생거연구소의 존 설스턴 박사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충의 1만 9,099개 유전자에 들어있는 9,700만개의 DNA염기쌍을 완전히 해독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선충은 진화의 갈래가 인간과는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놀라우리만큼 인간과 유사한 면이 많다. 인간처럼 단세포에서 생명이 시작되어 모두 959개의 세포로 증식되면서 복잡한 기관과 조직이 형성된다. 또 번식에 필요한 생식기관도 갖고 있으며 노화의 과정을 거쳐 생명을 마감한다. 신경조직도 있고 음식물도 소화한다.
워터스턴 박사는 따뜻한 땅 속에서 사는 이 선충은 전체 유전자의 약 40%가 인간의 유전자와 같고,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 유전자의 74%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선충과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유전자를 연구하면 유전자가 어떻게 잘못되어 질병이 발생하고 어떻게 고칠 수 있는 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충의 알 상태에서의 세포 증식은 인간의 암세포 증식을 막을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이룩한 또 하나의 업적은 복잡한 유전자의 배열방법과 이 작업을 자동적으로 처리해 낼 수 있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이 덕분으로 인간 게놈(유전자) 배열작업이 당초 예정된 2003년에서 2년 정도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전자 구조가 완전히 해독된 생물은 DNA염기쌍이 1,250만개인 단세포 진균류(眞菌類)였다. 다음의 유전지도 작성은 1억6,000만개인 초파리가 될 전망이다. 인간은 8만개의 유전자에 총 30억개의 DNA염기쌍을 갖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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