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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체트 단죄 생전엔 어렵다”/英 “스페인 인도절차”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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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체트 단죄 생전엔 어렵다”/英 “스페인 인도절차” 결정

입력
1998.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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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국行은 막혀/변호인측 이의 제기/법적 공방만 수년 예고/칠레선 “대사 소환” 항의피노체트의 운명이 정말 심각해졌다. 잭 스트로 영국 내무장관은 9일 대량학살·고문·납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3) 전 칠레 대통령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법적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로써 일단 피노체트가 석방돼 칠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막혔다.

런던 치안판사재판소는 피노체트에게 11일 결정사실을 통보받기 위해 출두할 것을 명령, 런던 근교에서 은둔중인 피노체트의 모습이 처음으로 법정에서 공개된다. 한편 영국에 「진사차」 외무장관까지 파견했던 칠레는 이날 항의의 표시로 런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트로 장관의 결정이 피노체트가 즉각 스페인에 인도돼 법의 단죄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서방언론들은 피노체트가 생전에 물리적으로 처벌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지리한 법적 공방과 그의 나이 때문이다. 피노체트 변호인들은 이날 『스트로 장관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고등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남은 법적 절차

스트로 장관의 결정에 따라 영국 지방법원은 내년 1월께부터 재판을 시작, 피노체트가 범죄인 인도에 필요한 1년형 이상의 금고에 처할 범죄를 지었는 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 경우 지방법원은 피노체트의 형량에 대한 송환 적격여부만을 판단할 뿐, 구속력있는 송환 결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러나 법적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피노체트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경우 고등법원이나 대법원 등 상급심에 항소 또는 상고할 것이 분명하다.

오랜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격인 상원 최고재판소가 피노체트에 패소 판결을 내리면 스트로 장관은 또한번 그에 대한 송환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며, 여기서 피노체트의 운명이 확정된다. 이같은 절차는 수 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피노체트를 산 채로 스페인으로 데려가 처벌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황유석 기자>

◎피노체트 처리로 등돌린 블레어­대처

세계 인권선언 50주년(10일)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피노체트에 대한 스페인 인도절차 개시 결정으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인권외교에서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마거릿 대처 전총리를 비롯한 야당 보수당과는 「원수」 사이가 됐다.

대처 전 총리는 9일 스트로 장관의 결정에 『이는 정치적 판단이며, 중대한 실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처 전 총리는 그동안 『칠레는 우리의 우방이며 피노체트와의 우정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며 그를 옹호해 왔다. 보수당도 이날 『현실을 도외시한 무모한 결정』이라는 비난성명을 냈다.

영국은 칠레의 최대 투자국이다. 칠레는 73년 피노체트 쿠데타 당시 영국이 무기를 제공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영국의 주요 무기 구매국이다.

82년 영국­아르헨티나간 포클랜드 전쟁에서 칠레가 이웃 아르헨티나를 제쳐두고 영국을 지원한 「옛 정」도 이런 정서에 크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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