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성씨 혐의 사실땐 ‘빅뱅’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가 10일 검찰에 긴급 체포됨에 따라 연말정국이 또다시 싸늘해졌다. 한나라당은 불똥이 이총재에게 향하고 있다고 여긴듯 즉각 『여야의 정치자금 전반에 대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자』는 초강수를 내밀었다. 또 규제개혁 관련법안,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등 쟁점현안 처리와 세풍(稅風)수사를 연계할 것이 분명해 남은 정기국회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관계자는 『여야 총재회담에서도 검찰수사를 지켜보기로 한 만큼 야당이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며 『야당에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단독 국회운영도 불사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여야대치의 주도권은 야당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조만간 여권쪽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우선 한나라당은 표면적 강경기류와는 달리 구체적 대응방안과 수위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섣부른 강경드라이브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택폭이 좁고 반격의 예봉도 날카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세풍사건을 「이총재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며 한층 탄력있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주류의 행보가 당내 분화현상을 가속화시켜 당력의 분산과 대여(對與)전략의 혼선을 가져올 소지도 다분하다.
사태의 파장이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조사에서 회성씨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한나라당은 극심한 혼란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치· 도의적 상처를 입은 이총재의 당내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가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정당국은 회성씨에 대한 총풍(銃風)사건 수사도 병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이총재측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회성씨 구속이 야권의 「빅뱅」, 나아가 정치권 전반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단초가 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야 “敵 내통 덮으려는 것”/총재단회의 열어 맹비난/비주류 “당과 무관” 냉담
한나라당은 이회성씨의 체포를 「이회창 죽이기 및 야당 공중분해 시나리오」에 따른 여권의 계획된 음모라고 비난하며, DJ 대선자금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등 「전면전」태세를 갖췄다.
이총재는 10일 오전 이씨의 체포소식이 알려지자 『새해 예산이 처리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곧바로 이럴 수 있느냐』며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며 율사의원들과 긴급회의를 가진뒤, 오후에는 총재단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하는등 종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총재단회의에서 부총재들은 『총풍과 세풍은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이씨 연행은 여권이 판문점 적내통사건과 김훈(金勳) 중위 사망사건 은폐·축소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정치자금 국정조사와 천장관 경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결의하는등 일단 이총재와 「한배」를 타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당 인권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김대통령과 가족들도 대선에서 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모금한 만큼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안이 정치자금과 관련된 실정법 위반인데다 당내 비주류마저 『당과 무관한 일』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 당지도부는 크게 곤혹스런 표정이다. 실제 이한동(李漢東) 전 부총재와 서청원(徐淸源) 전 사무총장측은 『총재의 개인적인 일때문에 당전체가 수렁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이총재가 스스로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이총재와 결별을 선언한 김윤환(金潤煥) 전 부총재측은 대선때 「동지」관계였음을 의식한듯 언급을 삼가며 자신의 신상문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권혁범 기자>권혁범>
◎여 “검찰서 알아서 할일”/원론적 대응속 함구자세/한 총무는 야당자극 우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10일 오전 기자회견 도중 이회성(李會晟)씨의 긴급체포 소식을 듣고 놀란 모습이었다. 배석한 정균환(鄭均桓) 총장 한화갑(韓和甲) 총무 김원길(金元吉) 정책위의장도 뜨악한 표정이었다. 조대행은 코멘트를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검찰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하고 함구했다.
당직자들의 표정에서 나타나듯 국민회의는 이씨 체포를 사전에 전혀 알지못했다는 후문이다. 당직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세풍사건에 연루된 이씨의 구속은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말하면서도 『굳이 예산안 통과 바로 다음날 이씨를 체포할 필요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총무를 국제적으로 공모해야지…』라는 한총무의 푸념처럼, 국민회의는 예산안 통과 직후의 이씨 구속이 야당을 자극할 것을 우려했다.
사실 국민회의는 개혁입법 등 산적한 법안의 처리를 위해 대야관계를 원만히 조성하려 애썼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회의는 자민련의 동의를 얻어 사정관련의원들의 체포동의안 처리도 정기국회 회기중에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국민회의는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을 지지할 수 밖에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감각이 문제』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검찰이 예산안의 법정통과 시한인 이틀전, 총풍사건 공판에서 한성기(韓成基)씨가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보고서를 전했다는 사실을 터뜨려 예산안처리를 꼬이게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회의는 그렇다고 이씨 구속에 다른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만큼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