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과 내통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28)중사와 함께 생활한 전역 장병들은 김중사가 판문점 회담장소(BRP)에 근무하는 5일중 평균 3차례 북한군과 접촉했고 북의 하사관들이 김중사를 찾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중사는 또 보급품 유출, 소총과 탄약 밀반출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이 물품들이 북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전역장병 10여명은 이같은 증언을 하면서 『김중사가 가져온 북한의 선물을 습득한 것처럼 상부에 제출하면 포상휴가를 갈 수 있고 특전사 출신인 김중사가 심한 구타로 병사들을 절대 복종시켜 외부에 발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중사는 특전사 모 특수임무부대에서 암살훈련, 특공훈련 등 특수훈련을 많이 받아 자기과시성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사병들도 휴가비 마련을 위해 총알 군화 철모를 청계천과 남대문시장에 유통시켰다. 이밖에도 근무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등 부대내 비리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망한 김훈(金勳·25) 중위가 부임후 이같은 부대원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자 김중사와 고참병사들이 모여 대책까지 논의했다. 한 전역병이 당시 이들의 대화를 전한 녹취록에는 「방법은 두가지다. 우리쪽으로 끌어들이든지 아니면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기록돼 있다.
한편 김중사는 북초소에 삼겹살을 구워 가져 갔고 올 때는 독일제 위장약과 흑맥주, 북한산 인삼주, 보약, 달력 등을 가져왔다. 북측은 우리측 병사가 쓴 자필편지나 신문을 원해, 김중사는 항상 국내 일간신문 등을 휴대하고 넘어갔다. 또 김중사는 감시카메라의 방향을 미리 돌려놓도록 부대원에게 지시한뒤 3㎞ 떨어진 중대본부의 야간순찰이 없는 새벽 2∼3시에 80m 떨어진 북초소까지 당당히 걸어갔으며 1시간30분∼2시간 머물다 돌아왔다.
김중사는 대체로 술에 취해 왔지만 북에서 만난 사람이나 대화내용 등은 전혀 입밖에 내지 않는 철저함을 보였다. 전역장병들은 『「북측 1초소앞 계단에서 술을 마셨다」는 게 김중사가 말한 전부』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김중사가 근무하는 이 부대원들의 「북과의 내통」은 일찍부터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북측에서 손목시계와 김일성에 대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은 김모병장 등 3명이 영창을 갔다가 2명은 원대복귀했다. 당시 중대장은 이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받아놓고도 『외부에서 사실을 알면 큰일 난다』며 불태워 버렸다.
북측은 우리측 초병의 이름과 근무시간까지 알고 있어 야간순찰중인 김훈 중위에게 『야 너 신임 소대장이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은 또 일반 사병을 배치한 우리와 달리 모두 장교를 배치, 우리측 일병이 근무를 서면 장교계급장 대신 일병에 상응하는 계급장을 바꿔 달고 나와 친근히 말을 거는 심리전을 구사했다.
이로인해 북 초병들은 친해진 우리 사병들이 멀리하는 눈치가 보이면 『그동안의 일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한 병사가 받은 돌멩이편지에는 『요즘 왜 이리 시간내는 것이 어렵냐.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남쪽에 친구들(남파 간첩)에게 다 알려서 우리 사이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증언됐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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