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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보호막’ 사라진다(재벌 대변혁: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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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보호막’ 사라진다(재벌 대변혁:下)

입력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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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상호빚보증 울타리 무너져/“부실한 기업은 언제든 망할수 있다”/소그룹 독립기업연합으로 탈바꿈국제통화기금(IMF)은 각종 보고서에 5대 그룹을 「TOP 5 CHAEBOLS」로 쓰고 있다. 외신들은 한때 『소화불량에 걸린 거대한 괴물』『하나의 사이비 종교, 총수는 황제』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외국 투자자들은 계열사와 협상을 벌일 때 재벌회장이 나서지 않으면 미심쩍어 한다. 그러나 「12·7 대합의」로 「재벌」과 「황제경영」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5대 그룹은 이번 합의에 따라 3∼5개의 주력업종 중심으로 계열사를 재편, 계열사 수를 264개에서 130개 내외로 감축할 예정이다.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도 2000년 3월말까지 완전해소된다. 재벌체제를 가능케 했던 그룹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셈이다.

그룹이라는 보호막의 위력은 엄청났다. 아무리 부실해도 그룹사에 속하면 돈빌리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우량 계열사가 지급보증을 서기때문이다. 실제 5대 그룹의 상위 5개사는 그룹 전체 채무보증의 70%이상을 맡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대우그룹 전체 빚보증의 절반이상을 섰다. 무분별한 투자나 과감한 신규사업 진출도 그룹의 영향력때문에 가능했다. 각 그룹종합상사의 경우 계열사 제품의 취급비중이 50%를 넘는다. 높은 부채비율에도 견딜 수 있는 배경중 하나다.

몇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는 재벌은 독립기업연합 형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독립기업연합이란 회사명이나 브랜드는 공유하되 별도 기업처럼 경영되는 시스템이다. 의사결정기구였던 그룹 사장단회의는 정보교류를 위한 친목모임으로 바뀌게 된다. 부실한 계열사나 소그룹은 우량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언제든 망할 수 있다.「가족」간 경쟁도 불가피하다.

그룹의 해체는 황제경영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제껏 총수(오너)의 독단에 제동을 걸만한 사람은 없었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오너가 결정하면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든 그렇지 않든 추진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자산중 총수를 포함한 지배주주의 기여도는 3%, 나머지는 주식·채권시장과 금융기관에 조달됐다. 4월15일 기준으로 5대그룹 계열사 257개중 총수 지분이 단 1주도 없는 회사가 201개로 전체의 78.2%에 달했다. 그런데도 총수는 그룹전체의 자산에 대해 100%의 재량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룹」과 빚보증이 없어지고,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지분이상의 경영권 행사는 힘들어진다. 더구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장치가 대폭 보강될 예정이어서 경영을 잘못했다가는 회장자리마저 내놓아야 한다.

「빌리고 보자(차입경영), 늘리고 보자(문어발식 확장 및 과잉투자), 오너만 보자(소유경영)」 등 한국 재벌의 3대 경영방식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물론 그 속도는 이번 합의내용의 이행도에 달려 있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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