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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가는 길/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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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 가는 길/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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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택시기사와 나눈 이야기. 운전 20년이라는 그는 매주 일요일이면 경마장에 간다고 했다. 딱 돈 2만원 쥐고 가는 데 다 잃으면 『한 달에 8만원어치 술먹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0배, 100배씩 돈이 들어올 때도 있는데 그럴땐 반드시 얼마간의 돈을 챙겨두고, 10만원 정도만 다시 베팅을 한다. 그렇게 해서 외동딸 시집갈 밑천으로 1,700만원을 모았다고 그는 자랑했다.1,700만원. 솔찮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회사 다니쇼? 아예 경마장 근처도 가지 마쇼』했다. 자신은 『마누라 죽고 하도 낙이 없어』 가는 것이고, 놀면서 돈버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경마출주표와 수십종에 달하는 각종 경마정보를 일일이 점검해가며 밤새도록 궁리한다는 설명이다. 『몇 푼 들어오면 눈이 확 뒤집히는 게 넥타이 매고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라며 그는 「초자는 백전백패」인 경마판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

최근 경마에서 7,000여배의 행운을 잡은 사람이 보도되면서 『경마장에나 가볼까』하는 말이 많이 들린다.

6일 마감된 올 경륜에는 모두 210만4,000명의 연인원이 들어 입장객은 30.4%가 증가했다. 12월 마지막 주만 쉬는 경마도 올해 초부터 6일까지 911만1,642명이 들어 전년비 15.8%의 입장객 증가를 나타냈다.

그러나 매출 증가분은 입장객 증가수에 크게 못 미친다. 경륜은 매출 3,384억원으로 12.9%가 증가했고, 경마는 6일까지 2조6,458억원을 기록, 앞으로 2주간의 일정이 남아 있지만 약 10%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보고다. IMF체제로 시간은 많아졌는데 주머니는 얇은 이들이 몰려들어 수입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여가도 즐기고, 잘하면 한 몫을 잡을 수도 있는 사행성 오락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어쩌면 순리이다.

도박천국 라스베이거스의 고급호텔은 의외로 음식값이 싸다. 밤의 제국의 진짜 수입원은 수백만, 수천만달러를 쓰는 큰 손이 아니라 10달러, 20달러씩 쓰는 수많은 조막손들이기 때문이다. 가질 것은 적고, 원하는 사람은 더 많아진 시대. 실망의 대로와 횡재라는 바늘구멍이 맞닿은 곳에 경마장 가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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