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12·7 정부·재계 합의」로 개혁을 약속한 재벌들에게 「선물」을 줬다. 종합상사의 기업어음(CP)한도 초과분 해소시한을 내년 1월에서 연말로 11개월 연장해 준 것. 금융감독위원회가 산업자원부의 연장요청을 뿌리쳐오다가 이날 전격 연장키로 입장을 바꿨다. 종합상사들은 이로 인해 2조원가량의 자금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고있다.금감위는 이번 「12·7합의」를 통해 재벌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5대그룹이 2월 제출한 재무구조개선안보다 훨씬 많은 계열사를 줄이기로 했고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맞교환은 대표적인 성과라고 보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합의 당일 주가가 급등한것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와 은행등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국가신인도 회복을 위해 각고의 구조조정 노력을 벌여오는 동안 5대재벌은 팔짱을 끼고 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5대그룹은 6∼64대 그룹의 절반가량이 사실상 해체되는 동안 오히려 50조원가량의 시중자금을 쓸어 모으며 구조조정 비켜가기로 일관해왔다.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해외의 비난이 쏟아지고 정부가 회사채 CP등 자금줄을 조여가자 뒤늦게 자구책을 내놓은 인상이다. 「12·7합의」에서도 5대재벌은 「돈줄」인 금융업종을 일제히 주력업종으로 선택, 그 저의를 의심받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계열금융기관을 이용해 줄였던 계열사를 다시 확장하고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12·7합의」는 재벌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개혁에 동참키로 한 재벌들을 불신해서는 안되겠지만 합의 자체가 곧 개혁인양 착각해서는 안된다. 정부당국은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