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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 일본의 재벌/배정근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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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벌 일본의 재벌/배정근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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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이 끝나고 일본을 점령한 맥아더사령부가 제일 먼저 취한 개혁조치는 재벌해체였다. 군부와 결탁해 전쟁을 주도했던 재벌을 해체함으로써 군사대국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의도에서였다. 또한 재벌을 그대로 두고는 민주적인 정치·경제체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을 만큼 재벌의 권능과 폐해가 지대했던 탓도 있었다. 미쓰이(三井) 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등 3대재벌은 오늘 우리의 5대재벌만큼이나 일본경제를 좌지우지했다.■당시 점령군측이 재벌해체를 단행한 논리는 독점적 소수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됨으로써 건전한 기업간 경쟁이 원천봉쇄되고, 독립적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우며, 중앙집권적 지배구조로 반민주적인 계급사회 구조를 제도화한다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200∼300개 방대한 계열사를 수직으로 지배하던 지주회사를 불법화하고 재벌가족(오너)의 주식을 몰수, 공매해 버렸다. 또 재벌가족의 기업임원 취임을 금지시키는가 하면 재벌이란 명칭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재벌해체에 걸린 기간은 공식적으로만 4년이 넘는다. 그래도 해체된 재벌은 소수였고, 동서냉전으로 일본의 병참기지화가 절실해지면서 재벌정책이 흐지부지된채 재벌은 다시 부활했다. 그러나 오늘의 일본재벌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오너가 없이 기업이 기업을 소유하는 독립기업간의 수평적 연합체(기업집단)가 재벌이며, 경영은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 의해 이뤄진다. 국민기업적 성격이 강하고, 그래서 경제력집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재벌은 여러가지 면에서 전쟁전 일본의 재벌과 흡사하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면에서는 전쟁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히 자리잡았던 일본만도 못하다. 이번 5대재벌 구조조정 합의문에도 재벌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너무 뜨거운 감자였기 때문일까. 배경이 무엇이든간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재벌개혁의 핵심과제다.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푸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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