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 환자만 암발전/약물복용·스트레스로 급성위염 발생할 수도몇년 전부터 소화가 안되고 가끔씩 속이 쓰려 고생하던 L씨는 최근 신문에서 위암 관련기사를 읽고 겁이 덜컥 났다. 자신의 증세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위내시경검사를 했다. 의사는 만성위염이라고 진단하고 오래 두면 암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염은 말 그대로 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급성은 만성과는 아주 다르다. 급성위염은 감기약이나 진통제등 약물을 복용했거나 교통사고, 큰 수술등 우리 몸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생긴다. 내시경을 보면 위벽에 폭격을 맞은 것처럼 크고 작은 궤양이 여러 개 깔려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 명치에 가벼운 통증이나 구역 구토 속쓰림등을 호소할 뿐이다. 일부 환자는 심한 위장출혈로 사경을 헤매기도 한다.
L씨가 진단받은 만성위염은 급성과 달리 원인이나 소화불량증 속쓰림과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음식 약물복용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위 속에 살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이 주범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빈도가 늘어 50∼60대가 되면 파일로리균이 없어도 절반 이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만성위염은 나이가 들수록 흔하며 소화불량증세는 성인의 절반 정도에서 발견된다. 두 개가 우연히 맞아 떨어져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설명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그러면 만성위염이 오래 되면 위암이 된다는 것은 사실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만성위염환자의 극히 일부에서만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 만성위염 가운데 아주 특수한 형태만이 위암과 연관돼 있다고 한다. 모든 만성위염을 위암의 전단계로 판단해 환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필요는 없다.<송인성 서울대의대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송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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