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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5년/송영주 주간한국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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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5년/송영주 주간한국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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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말 들리세요? 말씀 좀 해보세요』. 며칠전 안락사 특집기사를 준비하다 갑자기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이웅구(李雄求·58) 박사의 생사가 궁금해, 수소문 끝에 안산 한도병원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만 5년째 식물인간 상태. 경기중고와 연세대의대, 미국 노스웨스턴 의대를 졸업한 후 국내 최초로 「풍선을 이용한 혈관확장술」을 시술하는 등 우리 심장의학계에 수많은 기록을 남긴 그를 병원에서, 그것도 식물인간 상태로 바라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었다. 꼬집으면 약간 움직일 뿐, 트레이드 마크였던 「알없는」검은 테 안경도 벗은 채, 초점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은 과연 이 사람이 이박사가 맞나 여겨질 정도였다.

이박사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94년1월. 이후 그는 남의 도움없이는 단 하루도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간호사가 위에 뚫은 구멍속으로 특수유동식을 삽입하고, 배설 역시 관장을 해주어야만 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그가 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숨쉬는 일 뿐. 그것도 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지 절개를 통해서였다.

주치의 최종현(崔鍾賢) 원장으로부터 듣는 5년은 가족들의 고초도 말할 수 없이 컸음을 알려주었다. 명문가였던 그의 집안 역시 병원비 부담이 커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 했으며 매일같이 아들이 일어나길 기도하며 병실을 찾았던 그의 어머니(양순담·84·전 걸스카우트 총재)도 쓰러져 반신불수가 됐다. 학교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수백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대가없이 퍼붓고 있는 최원장은 『앞으로 식물인간에 대한 획기적 치료법이 나오지않는 한 이박사가 호전될 리는 만무하나 그렇다고 인간생명을 어떻게 함부로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했다.

또 최박사는 앞으로도 몇십년 더 이런 상태가 지속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성 어린 간호 덕분인지 분홍빛 도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혹시 우리가 그를 현대의학의 노예로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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