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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진 줄 알았습니다”/이범구 기자(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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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진 줄 알았습니다”/이범구 기자(등대)

입력
1998.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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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터진줄 알았습니다』 4일 오전 인천 공군부대에서 일어난 미사일 공중폭발사고로 파편을 어깨에 맞은 이호복(李鎬福·61)씨는 5일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공군부대에서 2㎞ 가량 떨어진 인천 연수구 동촌1동 건영아파트에서 한가롭게 산보를 하던 이씨는 『꽝』하는 굉음에 소스라쳤다. 하늘에는 두텁게 연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4∼5초나 됐을까. 『파편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여기저기서 우당탕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쇳조각에서는 연기가 피어났다. 의정부시에 살던 18세때 겪은 한국전쟁의 악몽이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때렸다. 가로수 밑으로 몸을 던졌다.

잠시후 놀란 아파트 주민들이 몰려나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쇳덩이들을 보며 『무슨 일이냐. 전쟁이 터졌나』며 웅성거리는 주민들의 얼굴은 공포분위기로 가득했다. 더 이상의 굉음이 들리지 않자 이씨는 몸을 일으켰다. 순간 어깨근처가 아팠다. 파편이 어깨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 점퍼가 찢겨져 있었다.

『파편이 머리나 몸통에 맞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파트들을 보며 이씨는 다시한번 전율했다. 미사일이 아파트를 때렸다면... 이씨는 더 이상의 생각을 하기 싫었다.

『말로만 듣던 전쟁이 이런거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구나』는 등 주민들의 수근거림을 뒤로 한채 이씨는 집으로 들어갔다.

오작동으로 미사일이 발사돼 터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보며 이씨는 또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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