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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2만개 파편 우박오듯/공군 미사일 오발사고 인천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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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2만개 파편 우박오듯/공군 미사일 오발사고 인천현장

입력
1998.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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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곳곳 유리·차 파손… 야산 화재도/30㎝파편 지붕뚫고 날아들어 공포휩싸여/엄청난 굉음·화약냄새 진동에 대피소동4일 발생한 공군 지대공미사일 오발사고는 남북대치상황에서 자칫 엉뚱한 충돌과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로 연결될 뻔한 어이없는 사고였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지대공미사일이 이날 인천 상공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 2만개가 넘는 파편들을 반경 5㎞에 쏟아내면서 도시지역 전체를 극심한 공포와 공황상태에 몰아넣었다.

■오발 및 폭발

이날 오전10시36분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공군 방공포사령부 산하 모 방공포대에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미사일 1발이 오발돼 서북방으로 3.5㎞가량 비행, 송도앞 매립지 상공에서 폭발했다. 공군은 『이 미사일은 지상의 추적레이더로부터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계속 제공받지 못할 경우 3초내에 자동폭발하도록 자체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사고 미사일도 추적레이더의 지령을 받지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발사후 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발사됐더라도 목표물을 잘못 식별했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지상요원이 발사대의 폭파스위치를 눌러 무선지령방식으로 폭발시킬 수도 있다.

■피해 및 현장

미사일 폭발과 함께 탄두에 내장돼있던 지름 2㎝의 쇠파편 2만여개와 찢겨진 미사일 외피들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주변 5㎞이내 지역을 뒤덮었다.

특히 파편이 집중적으로 떨어진 동춘동 하수처리장, 연수동 로얄백화점 앞 도로 등지에는 직경이 20∼30㎝씩이나 되는 쇳조각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으며 현대, 건영아파트 등 주변 주택가의 유리창 수백장이 깨졌다.

부대앞 대우자동차 하치장앞 도로에서는 길이 2.5m, 둘레 50㎝가량의 미사일추진체 4개가 발견됐으며 이 일대 주차한 차량 100여대는 대부분 파손됐다.

또 사고 당시 엄청난 폭발음과 진동으로 주변 주민들과 주행중이던 차량들이 놀라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폭발음은 무려 15㎞이상 떨어진 남동구, 중구, 동구 등지에서도 들려 이곳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경찰서, 구청 등에 빗발쳤다.

로얄백화점 옥상에 있던 박탁환(朴鐸煥·44)씨는 『온 몸이 떨릴 정도의 굉음이 들려 지진이 난 줄 알았다』며 『상공에 뭉게구름이 피어난 뒤 곧이어 파편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폭발현장에서 4㎞가량 떨어진 한양아파트단지내 제일어린이집 원장 김문숙(金文淑·49·여)씨는 『우레같은 굉음과 함께 유리창이 깨지면서 파편이 날아들고 화약냄새가 진동, 아이들을 황급히 밖으로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동춘동 윤찬영(65)씨 집에는 길이 30㎝가량의 쇳조각이 지붕을 뚫고 거실로 날아들기도 했다.

이날 폭발로 부대근처 밭에서 일하던 박재수(43)씨가 파편에 머리를 맞아 다치는 등 인근주민 7명이 부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한편 군부대 주변 야산에는 미사일 발사에 따른 후폭풍 현상으로 화재가 발생,소방차와 구급차 수십대가 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연수구청측은 『현장주변에서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규모가 확인되는대로 군부대에 보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조사 및 조치

사고 즉시 현지에 파견된 공군사고조사반은 1차 현장조사후 『매일 실시하는 대비태세 점검훈련중 발사대요원이 포대통제소의 지시에 따라 준비완료스위치를 올렸는데 갑자기 발사등이 켜지면서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사반이 준비완료스위치를 작동해본 결과, 똑같은 오작동현상이 발생한 점으로 보아 사고원인은 발사장치 회로의 문제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사스위치와 준비완료스위치가 15㎝정도만 떨어져있으나 발사스위치에는 뚜껑이 덮여있어 조작수들이 오작동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군은 이날 사고를 계기로 유사사고 발생방지를 위해 공군예하의 모든 방공포대의 발사회로에 대한 일제점검에 착수키로 했다.<정덕상·이범구·이동준 기자>

◎민항기 3대 ‘위기일발’/당시 폭발현장 10∼22㎞ 거리서 운항 확인

4일 오전 공군 지대공미사일 오발사고 당시 현장 주변에는 다수의 민간항공기가 운항중이이서 또다른 대형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교통부 항공국은 이날 오전 10시35분 사고시간에 폭발현장 10∼22㎞거리에 여객기 3대가 운항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건교부에 따르면 사고현장 10㎞ 지점에 김포발 속초행 대한항공1705편 F100여객기가 고도 2,133m로 날고 있었으며 13㎞ 떨어진 곳에서는 김포발 제주행 대한항공1213편 에어버스300 여객기가 고도 4,450m로 비행중이었다. 또 22㎞ 떨어진 상공에서는 모스크바발 러시아 아에로플로트977편 일류신62여객기가 서울 방향으로 진입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사일이 폭발한 곳은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국내, 국제선 항공기가 통과하는 「그린 597」 항로 중간으로 중국­유럽 노선 대부분과 일본노선의 일부 항공기가 하루 100여편씩 왕래하고 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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