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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영화제 대상 등 잇단수상 ‘벌이 날다’ 민병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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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영화제 대상 등 잇단수상 ‘벌이 날다’ 민병훈 감독

입력
1998.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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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재미만 있다면 그것도 삭막”아무도 예상 못했다. 이광모의 「아름다운 시절」은 시나리오부터 유명했지만 「벌이 날다」는 아니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선보였을 때도 외면당했다. 흑백필름에 6,000만원 짜리. 더구나 러시아 국립영화학교 석사과정 졸업작품이라고 했으니. 단 한 사람,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란의 마흐말바프만 달랐다. 『출품된 한국영화중 최고작』이라고 극찬했다. 그의 눈은 정확했다. 그리스 데살로니키영화제 은상,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 비평가상 관객상이 이를 증명해 주었다. 지금까지 상금만 3만500달러를 받았다.

우리를 부끄럽고 놀라게 한 민병훈(29) 감독. 그는 영화를 『머리로 만들지 않았다. 가슴으로 찍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서 외면한 그의 영화찍기 방식이 세계에서 평가받고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쁘다. 『이제 첫 장을 연 셈이다. 토리노에서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 주었다. 앞으로 내 영화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 뿐이 아니다. 그의 영화로 세계영화계가 한국영화를 다시 보았다. 토리노영화제 아이베르토 집행위원장은 그에게 『이런 한국영화는 처음』이라며 『한국영화를 영원히 사랑할 것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을 그는 꼭 두번째 작품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민병훈은 「벌이 날다」를 처음 단편으로 기획했다. 공동연출자로 시나리오를 쓴 타지키스탄 출신의 잠세드 우스마노프(33)는 93년 대학 기숙사에서 만났다. 해발 2,000m가 넘는 타지키스탄의 작은 마을을 찾아 영화를 찍으면서 30분으로는 도저히 모자라 50분, 그것도 모자라 졸업작품으로는 유례가 드문 90분 장편이 됐다. 전기도 우물도 없는 아시트라는 마을에서 5개월을 살았다. 『자신에 대한 시험이었다. 완성하지 못하면 영화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지나치듯, 따스한 시선의 영화를 하려 한다. 어느 날 동구영화의 철학적이고 무거운 것이 내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그는 이란의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떠올렸다. 「벌이 날다」역시 작은 사람 작은 일을 담았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담장 아래 화장실을 만들어 아내를 훔쳐보는 검사에 맞서 구덩이를 파다 마을의 첫 우물을 발견하는 우화같은 이야기다. 대일외국어고 졸업(88년)과 대학입학 실패, 군복무후에 유학. 올해 촬영학과 5년과정(석사)을 마쳤다. 앞으로도 의형제를 맺은 우스마노프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 작가주의보다는 기획영화가 대부분인 충무로에 들어올 생각은 없다고.『모든영화가 재미만 있으면 그것도 삭막하다. 내 생각, 내 언어로 한국영화에 없는 필요한 영화를 만들겠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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