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도심미술관/월북·소외작가들도 조명 큰의미덕수궁 석조전이 완성된 것은 1938년 3월31일. 올해 60년이 된 이 건물이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 개관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덕수궁미술관은 73년 7월5일부터 86년 8월25일까지 도심의 현대미술관으로 사랑받아왔던 곳이다.
12년만에 도심 미술관시대가 다시 열렸다. 개관기념전 「다시 찾은 근대미술」은 도심 속 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분절된 한국 근대미술사를 다시 조망한다는 선언적 내용을 제목으로 담고 있다. 내년 3월31일까지 (02)7795310
시간으로서의 근대(Modern)와 미술양식사 측면에서의 근대주의(Modernism), 이를 기반으로 한 근대의식(Modernity)이 어떻게 상호 조응하면서 우리 근대미술사를 채워가고 있는가를 보여주자는 것이 전시의 철학적 기반이다.
나즈막한 천장이 옛날 건물분위기를 말해주는 550여평 6개의 전시실에는 근대미술작품의 향내가 은은하다. 세기말 천재화가였던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847∼1897)의 회화는 당시 가장 수요가 많았던 동식물이나 정물, 물고기 그림이나 기명절지(器皿折枝·일상에 쓰이는 그릇과 꽃가지등을 함께 그린 그림)화가 주류. 전통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호방한 성격이 드러난다. 특히 화조영모(花鳥翎毛) 10곡병풍은 다양한 소재를 기법에 구애받지 않고 그렸던 오원의 근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당 김은호의 「노안도」, 「학」, 이당의 스승인 안중식의 「화조영모 10폭 병풍도」등을 거쳐 이도영의 작품에 오면 급변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기명절지」에는 남방지역의 과일인 바나나가 소재로 등장하고, 「양류관음」 「달마」등에서는 숭배대상이 아닌 인간적 측면이 강조된 관음상 등이 나타난다. 인간 중심의식의 발현이라고 보면 된다.
전시에는 월북작가 전시실도 따로 꾸며져 그간 왜곡된 이데올로기로 단절됐던 우리 근대 미술사의 틈새를 메우고 있다. 「반(反)선전(鮮展)」작가 중의 하나였던 길진섭(吉鎭燮·1907∼1975)의 채색화 「모란」, 이쾌대(李快大)의 형으로 더 알려진 이여성(李如星·1901∼?)의 「격구도」등 그간 평가절하돼온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이상범 구본웅 이중섭 박수근 이응로 천경자 김인승 등 이미 알려진 작가 외에 처음 공개되는 김종찬의 「연꽃」과 김홍식 박명조 송동표 주경 진환 송영옥 등 그간 별로 조명되지 못한 새로운 작가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이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그렇게 좋은 전시를 산넘고 물건너 과천까지 가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심의 미술관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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