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오늘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에 대한 의향서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1년동안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으나 무엇보다 큰 고통은 실업이다.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높여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성장은 생산 투자 소비등 모든 경제활동의 결과여서 투자가 활발해 생산이 늘고 소비가 확대되면 성장률은 올라가지만 IMF체제아래 극심한 불황 속에서 내수와 투자확대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악순환을 깨는 돌파구가 절실하며, 그것은 수출이다.우리 경제가 지난 30년간 압축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수출증가는 생산과 투자를 늘리고 고용과 소득확대를 가져왔으며 이는 다시 내수를 진작시켰다. 더구나 지금처럼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우리가 기댈 곳은 수출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예를 들어 내수확대의 시급함을 강조하지만 일본과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메이드 인 저팬 상품은 수출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수출 제1주의에서 수출 지상주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밖에 없다.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지어야 한다. 내년에는 수출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은 확실한데 내부문제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동남아와 남미는 금융위기의 후유증으로, 유럽은 유러통화 출범을 계기로 무역장벽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특히 국내총생산의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5대재벌이 구조조정을 끝내고 본업에 몰두해야만 한다.
금융개혁도 시급하다. 돈이 제대로 돌지않으면 실물경제가 무너져버린다는 사실은 지난 1년간 충분히 증명됐다. 최근 잇따라 금리를 내린 미국처럼 금리는 더 인하해야 하고, 환율은 수출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 달러당 1,300원선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금융 구조조정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고, 그것은 또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 경제는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 기업 정부 가계등 경제주체들은 치욕적이었던 1년전 오늘을 생각하며 『한국은 2000년에 IMF체제에서 졸업할 것』이라는 캉드쉬 IMF총재의 말이 덕담(德談)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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