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신정공휴일을 하루로 줄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노태우 정부가 지난 89년 구정 연휴를 늘려 설날로 부활시켰을 때는 온국민이 반겼지만, 얼마 못가 이중과세 시비가 일어났다. 되찾은 설날을 포기하기 싫은 국민정서는 자연스레 신정연휴 일수를 줄이자는 쪽으로 쏠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공휴일수 조정안이 나왔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그러나 새해가 한달 앞으로 박두한 시점에 갑자기 이루어진 즉흥성까지 환영할수는 없다. 우선 달력 제작문제가 있다. 6,000만부 가까운 새해 달력인쇄가 다 끝난 때에 불쑥 신정연휴를 없앤다니 찍은 것을 폐기하고 다시 찍거나, 잘못된 달력을 그대로 유통시킬 수 밖에 없게 됐다. 수첩이나 가계부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고, 휴양지나 스키장 등의 호텔 콘도등 숙박시설과 여행업계에는 벌써 예약취소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1일 국무회의에서는 원칙만 결정됐고 관련법령 개정안은 내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이라 한다. 졸속이란 비난과 국민생활의 불편을 이유로 시행이 유보될지도 모른다. 신정연휴 한가지만 조정하기 위해 법령을 고친다면 공휴일 전면조정때 또 고치겠다는 것인가. 행정자치부는 신정연휴 폐지를 2000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고, 국무회의에서 관련장관이 근로자 임금문제로 신중론을 제기했는데도 계획이 앞당겨진 경위가 궁금하다.
■IMF관리체제 이후 설과 추석의 3일연휴 문제에서부터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의 격주 토요휴무제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월차 휴가를 가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던 수당 대신 휴가가기를 권고하는 직장이 많아져 개인의 휴가는 전보다 늘었다. 법정공휴일은 줄이고 개인휴가는 늘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므로 공휴일 문제 전반을 재검토했으면 한다. 신정연휴 폐지는 그때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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