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너무 경박하고 거칠다.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전혀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어린 학생들의 대화는 많은 경우 거의 공해수준이다. 사는 일이 힘든 때문인지 술자리에서 오가는 어른들의 말투도 확실히 험해졌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야 어찌보면 사사로운 일이다. 문제는 공공의 공간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여론의 장(場)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신문같은 전통적 매체는 점차 그 역할을 PC통신과 인터넷 등 사이버공간과 분담해가고 있다. 전통매체에 실릴만큼 큰 이슈가 아니더라도 여기서는 늘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거나 갖가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하지만 들여다보자. 초기의 진지함과 상대에 대한 배려, 경청의 태도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 걸러지지 않은 감정의 분출, 그에 따른 천박한 비어·속어, 말 같지 않은 비문(非文) 등이 온통 판을 치고 있다.
화자(話者)가 직접 드러나지않는 익명성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러니 의견의 수렴이나 조율은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고 말할 수록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의 여러 사회, 문화, 인물 비평서 등 사회과학분야 서적과 전문적인 잡지, 심지어 신문의 기고문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이런 식의 「막말」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패러디비평을 빙자한 극도의 빈정거림과 야유, 비판대상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린 인간적 모욕 등이 마치 새로운 감각의 글쓰기인양 확산되고 있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식의 막말이 최근 글쓰기나 저술의 신경향처럼 보일 정도다.
그 논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경우에도 이런 막말은 후련함보다는 불쾌함을 유발, 도리어 흔쾌한 동의를 주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많이 배운 사람」들의 막말은 그 부작용이 익명의 PC통신 토론자가 내뱉는 욕설에 비할 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IMF이후 사회분위기가 한결 험하고 거칠어졌다.
여러분, 제발 말 좀 가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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