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은 추수감사절 연휴였다. 미국인들에게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크리스마스 다음가는 명절. 신대륙에 건너온 청교도들에 의해 시작된 이 날은 매년 11월의 넷째주 목요일(올해는 11월26일)로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직장과 학교는 다음날인 금요일도 휴무일로 정해 일요일까지 4일 연휴를 가졌다. 연방정부나 의회도 사실상 휴무에 들어갔고 도시는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버렸다.추수감사절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나라의 추석과 닮았다.「민족 대이동」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귀성열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미국인들도 이때만큼은 대대적으로 움직인다. 아직도 대부분의 미국가정은 추수감사절에 가족을 찾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에도 3,400만명의 미국인이 길을 떠났고, 이 가운데 2,800만명이 자동차로 이동했다. 이 바람에 대도시 주변의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었고 주요 고속도로는 보기드문 교통체증 현상까지 빚었다.
미국의 상인들에게도 추수감사절은 일년 중 가장 큰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백화점들이 앞다투어 추석맞이 세일을 하듯, 미국에서도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은 물론 거의 모든 상점이 세일을 한다.
20∼50%의 가격할인은 보통이고 새벽 6시부터 4시간 동안만 하는 「조조 세일」에는 쇼핑객들이 밤중부터 줄을 서 문을 열기를 기다린다. 일년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점찍어 두었다가 이때가 되면 이 가게, 저 가게를 바삐 돌아다니는 「세일헌팅」은 이제 미국인의 생활풍속으로 자리잡은듯 하다.
이번 연휴기간에 평균 4∼7%가량 매상액이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대목분위기는 한 달도 채 안남은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졌다든지, 미국경제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든지 하는 말은 흥청거린 추수감사절 세일을 보면 「먼 곳의 이야기」일뿐이다. 썰렁하기 그지없었다는 우리의 추석명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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