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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신 쌀을…’/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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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신 쌀을…’/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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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환은 사양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초대장을 가끔 받는다. 이런 글에서는 받는 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허례허식도 피하려는 자상한 배려가 느껴진다. 지난달 받은 한 전시회 팸플릿은 그 다음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대신 쌀을 보내 주시면 그 정성을 모아 결식 학생을 돕겠습니다」 대구에서 열렸던 이 전시회에는 쌀 20㎏짜리가 28개나 들어왔다고 한다.■또 쌀을 준비 못한 친지들이 돈봉투를 미는 바람에 이튿날부터는 성금함을 마련해 놓았는데 모두 156만원이 쌓였다. 작가 강정희씨는 이 쌀과 돈을 결식학생 돕기 캠페인을 벌이는 방송국에 기탁했다고 한다. 현재 부모의 실직등으로 점심지원을 받는 학생은 13만1,000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는 겨울방학에 그들이 점심을 굶지 않도록 50일 분의 쿠퐁을 지급키로 했다고 한다.

■얼마전 젊은 남녀음악가가 서울의 한 교회에서 음악회 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결혼을 위한 음악회」에서는 신랑이 「님이 오시는지」 「사랑」등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신부가 노래를 불렀다. 이 잔치에서도 화환과 축의금은 사양했다니, 뜻이 얼마나 젊은이답고 아름다운가. 생활개혁실천 범국민협의회라는 단체는 최근 사회지도층의 검소한 혼인실천사례집을 발간하면서 「한국의 표준 혼인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은 「함들이는 조촐하게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직접 전달하고, 양가의 하객은 각각 100명 이내로 축소하며, 예물은 간단한 반지면 충분하고, 축의금은 거품을 빼되 특히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 지도층 인사들은 축의금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 등이다. IMF 경제난이 시작된 지 1년이 되었다. 우리는 경제적 쓰라림을 체험하는 대신 많은 것을 내실화하여 사회가 한결 성숙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 동안 분명히 변한 것은 있다. 이 긍정적 변화를 더 발전시켜 가야 마침내 IMF 체제를 깨끗이 졸업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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